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나의 시간에게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잡히지 않은 채 손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 빠른 흐름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붙잡아 본 적이 없다.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쌓이더니
어느새 스물다섯이라는 숫자 앞에 서 있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사람도, 환경도, 그리고 나 자신도.
예전엔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사실이 늘 든든했고,
그 존재만으로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친구를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도 제법 익숙해졌고,
버티는 일에도 조금은 능숙해진 것 같다.
그렇다고 친구가 소중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인연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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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론,
내가 보내는 시간만큼
부모님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는 사실이
요즘 들어 더 크게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부모님의 어깨는 더 작아 보이고,
표정에는 쉽게 지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어른이 되어야 할 때구나’ 하는 마음이
자꾸만 등을 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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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
삶 속에 갑작스레 찾아온 이 감정은
내가 지켜야 할 보물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랑은 때때로 불안하지만,
그만큼 따뜻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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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나는
수많은 인연과 사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때로는 흔들렸고,
때로는 멈춰 서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아직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고
감당하기 벅찬 순간들도 종종 찾아오겠지만,
그것마저도 인생의 일부라 생각한다.
스물다섯.
그 해는 그렇게 또
손끝을 스치듯 조용히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