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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손끝을 스치는 시간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나의 시간에게

by 진성

시간은 언제나 그렇듯,

잡히지 않은 채 손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그리고 나는, 그 빠른 흐름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붙잡아 본 적이 없다.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쌓이더니

어느새 스물다섯이라는 숫자 앞에 서 있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사람도, 환경도, 그리고 나 자신도.


예전엔 친구가 세상의 전부였다.

누군가와 함께라는 사실이 늘 든든했고,

그 존재만으로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친구를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 않는다.

혼자 있는 시간도 제법 익숙해졌고,

버티는 일에도 조금은 능숙해진 것 같다.


그렇다고 친구가 소중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그 인연들이 얼마나 귀한지를

시간이 갈수록 더 자주 깨닫는다.

_____


한편으론,

내가 보내는 시간만큼

부모님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른다는 사실이

요즘 들어 더 크게 느껴진다.


언제부턴가 부모님의 어깨는 더 작아 보이고,

표정에는 쉽게 지움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어른이 되어야 할 때구나’ 하는 마음이

자꾸만 등을 밀어낸다.

_____


그리고 사랑.

삶 속에 갑작스레 찾아온 이 감정은

내가 지켜야 할 보물이 하나 더 생겼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랑은 때때로 불안하지만,

그만큼 따뜻하고,

무엇보다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_____


지금의 나는

수많은 인연과 사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때로는 흔들렸고,

때로는 멈춰 서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아직 해보고 싶은 일들이 많고

감당하기 벅찬 순간들도 종종 찾아오겠지만,

그것마저도 인생의 일부라 생각한다.


스물다섯.

그 해는 그렇게 또

손끝을 스치듯 조용히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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