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배를 채우고, 시험에 합격하고, 이성과 뜨거운 밤을 보내고, 더 큰 차와 비싼 집을 마련하면서 이전의 불안감과 공포감을 씻으며 안락함을 만끽한다. 그러나 인간의 삶은 불안과 지루함을 반복하는 진자 운동에 지나지 않는다. 극한의 공포와 불안 상황에서도 잠깐의 짬이 나면 어떻게든 안정을 취할 이유를 찾고, 극락과 같은 행복함 속에서도 금세 지루함을 느낀다. 그래서 많은 심리학자나 현자가 행복을 조건이 아닌 태도라 하는 것이다. 굳이 따지면 행복한 사람이란 작은 일에도 행복의 요소를 잘 찾는 사람이다.
한 부부는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 테라스에 앉아근사한 음악을 틀고 커피를 마시는 꿈이 있었다.
죽어라 일해서 강남에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샀지만 대출금을 갚기 위해 휴일도 없이 일했다. 심지어 아이도 가지지 못한 채로 말이다. 정신없이 출근하던 어느 날 아침, 휴대폰을 놓고 나와 집으로 돌오가 보니 테라스에서 커피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은 아침 청소를 끝낸 청소 노동자분이었다.
책 <정영진의 시대유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