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절대로 잠자리에서 읽으면 안 된다는 저명한 학자 리처드 도킨스의 뜬금포 서문으로 시작하는 책.
도킨스의 경고는 무서움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이 흥미진진해서 잠자리에서 펼친다면 잠에 들 수 없다는 의미.
그 정도의 충동을 느끼지는 못 했지만 흥미로운 책임은 분명하다. 꽤 예쁜 책 표지의 일러스트가 거부감을 덜어주기도 했고. 그 방면에 더 전문적인 지식 보유자라면 그가 말한 짜릿함을 몸소 경험했을 것이다.
저자 '제프호킨스'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생존번식에 관계하는 본능적인 기능의 '오래된 뇌'와 그 뇌를 통제하는 '새로운 뇌'가 있다고 한다.
이 새로운 뇌의 작동방식을 밝히는 것이 이 책의 주된 서술이다. 뇌에서 가장 새로운 부분은 사람과 포유류에만 존재한다는 '신피질'이라는 것으로, 뇌의 껍데기 부분을 가리킨다.
인간의 뇌 전체의 70%를 차지하는 이 신피질에서 '지능'을 만든다. 신피질은 큰 냅킨만 한 크기의 조직으로 제각각 다른 일을 하는 수 수십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아주 작은 크기의 이 공간 안에는 신경세포가 10만 개, 그 신경들 사이를 연결하는 시냅스는 5억 개나 된다.
각 영역은 수천 개의 '피질기둥'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피질기둥 하나하나가 서로 연결되어 세계를 인식하고 지능을 창조한다. 뇌는 예측모형을 만들고 뇌에 입력된 정보가 예측과 불일치하면 수정하는 방식으로 복잡한 세계 모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바로 이 작동 방식을 설명하는 부분이 이 책의 하이라이트.
기존의 과학자들은 감각을 통해 들어온 다양한 정보가 입력되어 뇌(신피질)의 특정장소에 수렴된다고 본 반면, 저자는 태어날 때의 신피질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경험을 통해 풍부하고 복잡한 세계를 배우는데 감각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의 변화(움직임)를 인식하는 것으로, 이런 변화를 신피질에서 감지할 때 '기준틀'을 사용해서 세계를 인식하는 모형을 만들어 낸다고 본다. 기준틀이 구현되는 방식에서 다소 논쟁적인 부분이 발생할 때는 각각의 피질기둥들이 '투표'를 하여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면이 흥미롭다.
각각의 피질 기둥들이 무수히 쏟아져 입력되는 정보들에 대해 투표를 하고 하나의 답을 완성한다는 것.
이러한 메커니즘을 도킨스는 '뇌 속에서 작동하는 민주주의'라 부른다.
즉, 뇌는 하나가 아니라 '독립적인 수천 개의 뇌'로 이루어져 있고, 각 피질기둥들의 '민주적 합의로 도출된 결과'가 바로 '우리의 지각'이란 설명이다.
뇌 속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합의와 분쟁과정이 있다는 것이 참 새롭고 재미난 개념인 것 같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생존 기계를 굴리는 '오래된 뇌'와 운전석처럼 그 위에 자리 잡은 '신피질' 사이에 벌어지는 몸싸움이라 표현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당이 소중했던 시절의 오래된 뇌는 맛있는 케이크에 무조건 먹으려 반응하지만, 당류가 넘치는 현대사회에서는 새로운 뇌에서 그간의 교육을 통해 당섭취를 낮추려 케이크를 금지시키는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2부는 기계지능을 다룬다.
21세기에는 지능 기계가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지만 인간의 실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와 달리, AI는 '지능'을 갖지 못했기에 거꾸로 인류를 위협하게 된다는 걱정은 기우라는 것.
체스를 두는 A.I는 인간의 실력을 능가하는 기술적 진전은 가능하겠지만, 자신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자각을 하지는 못 하는 것이 한계이며 이는 인간이 지능을 만들어 내는 메커니즘이 적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지능로봇의 출현을 위해서는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함을 설파한다.
저자 '제프 호킨스' 이론의 참신함은 1부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으며 이 책의 요지가 된다.
요약하자면, 대부분의 신경과학자들은 '신피질'이 주로 감각 입력을 처리한다고 생각했지만, 신피질은 주로 '기준틀을 처리하는 곳'으로 이 기준틀은 뇌에게 어떤 '대상의 구조'를 배우게 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
뇌는 이 '기준틀'을 사용하여 대상을 정의함으로써 대상 전체를 동시에 조작할 수 있다는 구조학습법을 통해 뇌신경학계의 한 걸음 더 나아간 이론을 구축해 냈다는 것이다.
내용이 술술 읽히는 쉬운 책은 아니지만 저자가 타깃대상을 '지적 호기심이 많은 비전문가 독자'로 상정해 둔 만큼 읽어볼 만한 재미는 충분해 보인다. 뇌의 신비로움에 관심을 둔 독자로서 뇌과학 방면의 이 같은 다양하고 활발한 연구를 기대하며 또 다른 발견을 거듭하기를 조용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