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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arden Jul 13. 2024

자존감과 시너지

결혼이라는 비즈니스에서 나의 위치란,

부부가 사실 비즈니스 관계일 때 오래가고 사이도 좋은 법이다.
거래를 하라는 게 아니다.
이건 서로 지킬 건 지키고 예의를 갖추는 사이여야 한다는 말이다.

이 얘기를 나는 ‘시너지’ 에 관한 이야기로 이해했다. 김구라가 오래전 방송애서 했던 이 얘기가 신혼이었던 시절에는 와닿지 않았다. 늘 조건없이 믿고 지지해줘야 하는 배우자와 비즈니스 관계라니. 속물이라며 욕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해한다. 결혼생활이 실은 그어떤 비즈니스보다 더 계산이 정확한 저울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과 그 저울의 무게추로 말미암아 결혼생활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는 ‘취집’이나 ‘퐁퐁남’ 과 같은 멸칭은 결혼이 비즈니스라는 걸 간과해서 생겼다고 생각한다. 연인에서 결혼으로 연결되는 다리를 건널 때나 결혼생활이 지속되는 중에라도 언제든 김구라의 이 말은 내가 상대에게 어떤 배우자가 되어야 하는가, 나는 과연 어떤 매력을 가진 사람인가에 대한 성찰의 기회로 삼을 만한 교훈이 된다.



모든 인간관계를 통틀어 작용하는 밀당

밀당이 썸타는 남녀사이에서만 유효한 도구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부모자식 간에도, 친구사이에도, 심지어 배우자 간에도 밀당은 묘하게 작용하고 있다. 물리적으로 완벽히 평등한 관계란 없다. 무게추는 어느쪽으로든 어느만큼은 기울어지게 되어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잡아놓은 물고기‘ 를 귀신같이 판별한다. 우리 관계에서 누가 더 아쉬울지, 무게추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 재고 따지는 저울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아쉬운 쪽은 상대방계속 끌어당기는데, 그럼 상대방은 순순히 끌려오느냐, 그럴리가. 당기는 딱 그만큼 저멀리 도망가게 되어 있다. 자녀가 만나는 이성친구가 마음에 안든다고 반대하면, 자녀와 이성친구는 공공의 적이 생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어 더 죽고 못산다. 매번 내가 좋아서 만나자고 한 친구라도, 내가 사는 밥이 한 번이 두 번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면 관계는 오래 못간다. 인간이라는 게 그렇다. 누군가 나를 밀거나 혹은 당기면, 반작용이 반드시 있다. 상대가 나를 통제하거나 끌어당긴다고 생각하면 저항 내지는 반발을 하게 되는 것이다.  


부부 역시 누군가 한쪽이 아쉽거나, 무게추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게 되면 오래갈 수가 없다.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케이스들이, 결혼을 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는 전업주부 아내나, 결혼 후에는 집안의 크고 작은 대부분의 일에서 손을 떼는 수동형남편일 것이다. 물론 어떠한 케이스든 해피엔딩은 가능하다. 여기에 맞고 틀리거나 옳고 그름이란 없다. 다만, 한 사람이 배우자에게 무언갈 지나치게 의탁하는 관계가 지속될 때 관계에는 균열이 가기 마련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남편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리는 아내, 남편이랑 노는 게 인생의 유일한 낙이라는 전업주부, 아내 없이는 밥한끼 차려먹지 못하는 남편, 속옷 하나 혼자 찾아입지 못하는 무능한 인간. 적어도 내 주변에서 이런 배우자를 둔 이들의 공통적인 반응은 ‘질린다’ 는 거였다. 말하자면 무게중심이 한참을 기울어진 저울추나 팽팽하게 당겨진 고무줄의 끝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형국이란 얘기다.



나는 스스로 빛나는 별,
‘홀로서기’가 가능해야 행복한 가정도 가능하다.

상대방을 통해 얻는 마음의 평화란 역설적으로 언제든 상대방에 의해 내 기분과 마음의 평화가 깨질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내 기분과 상황이 남에게 달려있는 것만큼 그 사람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일도 없으며 내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일도 없다. 나는 내 자신이 지킬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될 때 우리 가정을 너와 내가 주체가 되어 경영할 수 있게 된다. 누가 다른 한 사람의 등에 올라탄 상태로는 불가능하다 혼자서도 빛나는 별이 되어야 한다. 빛난다는 게 사실 결혼생활에서는 별게 아니다. 남편을 따라 타지나 해외로 가야할 때, 출산으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아내가 갑자기 아파서 입원을 하게 되었을 때, 그러니까 한마디로 배우자가 아닌 ‘나’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플랜과 플랜B는 반드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사소한 계획들에 가깝다. 인생이 물론, 내 계획대로 흘러가는게 아니고 오히려 의도치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이 더 많을 줄로 안다. 그러나 이것은 상황에 적확한 대응을 하라는 이야기라기 보다 나는 어떤 배우자가 될 것이며, 배우자를 제외한 ‘나’는 어떤 태도로 인생에 임할 것인가에 대한 계획과 원칙은 확실히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집안 살림에 애착을 갖고 살뜰히 챙기는 게 될 수도 있고,  취미생활이나 운동에 열중하는 마음가짐일 수도 있다. 다시 취업시장에 뛰어들거나, 경제력을 홀로 키우는 방식일 수도 있으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비슷한 사람들과 주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는 형태를 띨 수도 있다. 요리일 수도, 독서나 미술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연인일 때와 마찬가지로 결혼 후에도 상대방에게 내가 중요하고, 매력적인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 혼자만의 인생도 가꿀 수 있고, 나만의 세계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상대를 지치게 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대가 ‘아쉬워할’ 배우자가 될 수 있다.


나의 경우, 배우자가 내 믿음을 저버린다면 언제든 끝내고 혼자로 돌아갈 수 있다, 는 마음가짐이 오히려 결혼생활에 충실하고 배우자를 존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는 없으나, 결혼 15년 차인 지금까지는 그랬다. 내가 나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력이 있어야 하고,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여야 하며, 마지막으로 배우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은 절대 먼저 하지 않는다는 원칙들이 홀로서기도 가능하다는 시나리오에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배우자 역시 그런 사람일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했다. 물론 사소한 일들로 매일 이라고 얘기해도 무방할만큼 지금도 티격태격하고 상대방이 싫어하는 사소한 습관들은 아직도 고치지 못한 우리지만 적어도 대원칙은 그렇단 얘기.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이러한 마음가짐과 준비는 실제로 배우자와 함께할 수 없게되는 순간이 오더라도 내 인생의 유효한 카드가 되어줄 것이다. 부정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 배우자와 반드시 백년해로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하는게 좋다.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 일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반드시  백년해로 하지 않을것이라는 생각도 안하는게 좋다. 그냥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나를 위한 최선을 다하는 것. 우리의 선택지는 그것 뿐이다.



배우자와 함께 만들어내는 시너지, 그 빛나는 연료

각자 제 위치에서 빛나는 나와 너,  둘이 만나서 누리게 되는 시너지 효과는 생각보다 엄청나다. 사람들은 많이들 간과한다. 나에게 힘을 보탤 수 있는 배우자, 혼자서도 빛는 배우자가 옆에 있다면 나는 얼마나 빛날 수 있으며 그게 사회로 나왔을 때 얼마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주는 지 쉽게 잊는다. 그게 바로 ‘시너지’다. 밖에서 험난한 시간을 보냈더라도 집안으로 돌아와 서로 토닥여줄 수 있는 상대, 그런 안온한 서로가 있는 둘은 밖에서도 서로 반짝인다. 가화만사성이라는 말을 요즘 잘 쓰지 않는 이유는 그저 낡기만한 옛말이어서가 아니라 너무 당연해서 두번 언급할 필요도 없는 진리라서다. “너 결혼하고 얼굴 좋아졌다!” “결혼하더니 일이 잘풀리네!” 이런 얘기를 들어본 사람들은 지금 내 옆에 반짝이는 배우자가 나를 든든히 밝혀주고 있어서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내가 상대에게 얹혀 의탁하려고 성큼 다가서는 순간,이미 저울추는 상대방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걸 기억하자. 내가 나의 부족함을 상대를 통해 매우고 하거나, 나의 모자람을 상대에게 투영시켜서 찾는 관계가 되풀이 되면 끝끝내 저울추의 무게는 맞춰지지 않는다.


이미 결혼을 하는 순간 배우자와 나는 애로스적 사랑에서는 벗어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잡아놓은 물고기’ 인데 밀당이 필요할 것인가. 그래서인지 주변에서, 경제적인 부분 뿐만아니라 배우자의 이야기를 할 때 동상이몽인 경우를 숱하게 보았다. 그들은 같은 집에 사는 것 밖에 공통점이라곤 없는 것처럼 보이곤 했다. 비상금이나 취미생활같은 부분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기본적으로 어떤 인간이고 나에게서 어떤 부분을 원하는지, 내가 배우자에게 어떤 부분을 기대할 수 있는지 조차 모르고 배우자를 미워하고 무시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그들을 보면 나는 배우자와의 밀당과 비즈니스에서 패배한 자들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이 놓친 배우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나는 바깥에서 내 배우자에게 어떻게 그려지는 사람일까에 대해 끊임없이 반추한다. 그 때마다 내가 배우자의 마음과 생각까지 조종할 수는 없겠다는 체념의 마음이 되지만 한편, 그럴 수 없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다시 경제활동을 하게 되었고, 다양한 친구들과 사람들을 만나 나의 위치와 현실감을 확인하며, 휴직중인 지금은 그림과 골프에 열중하는 중이다. 아, 주식투자로 소액의 성과도 내고 있고, 아이들을 학원으로 유치원으로 학교로 부지런히 실어나르는 엄마로도 활약중이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인생은 언제든 다가올 수 있는 것이고 나는 결혼이라는 비즈니스 관계에서 내 배우자가 ‘아쉬워할’ 사람이고 싶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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