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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Sep 19. 2023

한가위를 앞두고...!

산골 일기

한가위를 앞두고...!


휑~한 메밀꽃밭 위 가짜 달이 진짜 달인 듯 여전히 당당한데 문화제는 끝났다.


며칠 째 먹물을 풀어놓은 듯 잿빛구름에 바람이 오락가락 장맛비처럼 비도 오락가락인 효석문화제  달빛 언덕 쪽 꿈꾸는 달 카페 앞 몽골 텐트 여섯 노점은, 평일 장터를 오가는 사람보다도 적은 구경꾼에 볼장 다 봤다 여기고 일찌감치 노점을 걷은 집이 반이다.

'애당초 저 아래 먹거리와 공연 그리고 체험을 할 수 있는 쪽으로 자리 잡았으면 어땠을까' 오지랖에 가까운 생각을 할 만큼 잡아 끌 사람도 없었다.


반면 허생원이 땀을 식히던 곳이었고 동이 등에 업혀 건넜을 내(川)였을 것만 같은, 섶다리가 있는 곳에는 음악과 노랫소리 사람들 소리로 종일토록 시끌버끌와끌에 달큰하고 고소한 기름 냄새에 짭조름 매콤한 냄새까지 뒤섞여 잔치가 열리고 있음을 사방에 알리고 있다.


효석문화제는 늘 한가위 열흘 전쯤에 열었고 끝나면 바로 한가위였다. 올해는 윤달이 낀 해라 잔치를 조금 일찍 열어 일찍 끝났고, 한가위를 열흘 남짓 앞둔 날이지만 볕이 없어서인지 더 스산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한가위는 네모 안 세상에만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늘 그랬듯 몇몇 인연 님들로부터 '풍성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라'는 글귀를 받거나 전화를 받고 선물을 받겠지! 그러면 또 '명절이구나!' 생각하고 여기겠지!


늘 그렇듯 현실은, 여느 날과 별다름 없을 테고 명절이라는 이름만 물 위에 기름 뜨듯 둥둥 떠다니며 별다름 없는 그저 그런 날이리라.

또한 차례 음식 장만도 따로이 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사는 피붙이를 만나기 위해 명절빔을 준비하지도 않으며, 고향집에 가고자 종일 지루하게 차를 탈 일도 없다.

어쩌면 가까이에 있어 가끔 산책하듯 가는 할아버지 산소에나 다녀올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살이가 엄청 많이 편리해졌다. 옛사람들이 보거나 들으면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극락이 따로 없을 정도의 편리함은 날마다 업그레이 돼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이고, 배 꺼질까 뛰지도 못하게 했던  보릿고개를 겪었던 시대가 정말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도 너무 많이 달라졌다.


음식 문화는 또 어떤가. 옛날 왕족이나 부자 양반이 아닌 사람들은 꿈도 못 꾸던 기름진 음식을 늘 명절인 듯 날마다 또는 며칠 걸러 먹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명절음식이 필요할까 싶은데도 굶주렸던 한을 아직 다 못 풀었다는 듯 명절에만 만드는 기름진 음식을 마다하지 않는다.


못 먹어서 황달 들고, 못 먹어서 결핵 앓고, 못 먹어서  병을 앓고 가족을 잃던 일은 전설의 고향에나 나올법한 이야기가 돼 버렸고, 먹는 일에는 진심으로 아끼지 않고 너무 지나쳐서 또는 너무 편리해서 오는 질병으로 병원 문턱이 닳는 세상이다.


올 한가위, 전국에 흩어졌던 가족들이 모이든 아니 모이던 먹을거리는 빠지지 않을 것이고, 정이 많은 건지 한이 많은 건지 가족이든 친구들이던 만나기만 하면 먹을 이유를 먼저 대면서 상차림이 이어지겠지만 한 번쯤은, '잘 먹고 잘 사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살피는 건 어떨까!


얼마 전 인터넷에 떠도는 어느 재미교포의 글을 읽었다. 한국 사람의 미국살이와 우리네 현실을 한꺼번에 알 수 있는,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글이었다.

교포의 글을 끝까지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축복받은 나라에서 축복받은 삶을 사는지 새삼 새삼 알게 된다.

물론 반박을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행복이나 불행은 지극히 주관의 관점인 데다 저마다의 기준점이 다르니까.

하지만 한 가지 뚜렷한 것은 적어도 돈이나 부동산 또는 명품이나 물질 따위로는 행복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남과 비교하고 남이 가지고 누리는 것을 부러워하는 건 자존감이 바닥인 사람이 불행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일이다. 불행을 자초하지 말자.



(다음은 재미교포 글)
한국에 와보니 웬만한 동네는 모두 고층 아파트가 되었다. 가정집뿐 아니라 심지어 공중화장실에도 미국에서는 부자들만 쓰는 비데가 설치되었고, 주차티켓을 뽑는 그런 촌스런 행동은 하지 않고, 우아하게 자동인식으로 주차장에 들어간다.
모든 대중교통은 카드 하나로 해결되고, 집에 앉아서 롯데리아 버거를 시켜 먹고, 어느 집을 가도 요즘은 비밀번호나 카드 하나로 모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열쇠, 주차티켓, 화장실 휴지 등등은 이제 구시대의 물건이 되었다. 차마다 블랙박스가 달려있고, 방문하는 집마다 리클라이너가 있고, 집안의 전등은 LED이며 전등, 가스, 심지어 콘센트도 요즘은 리모컨으로 켜고 끈다.

미국에서 나름 부자동네에 살다 온 나도 집마다 구석구석에 박혀있는 럭셔리함과 고급스러운 제품들에 놀라고 부러워하며 마치 예전 일제 제품들을 보는 듯한 신기함에 빠지고 내 삶은 마치 2,30년은 과거에 살다 온 느낌이 든다.
오늘도 너무나 스므스한 고급스러운 창문을 열면서 우리 집의 뻑뻑거리며 자주 레일을 벗어나는 문을 이렇게 바꾸면 얼마나 좋을까? 부러움으로 괜히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해본다.
집집마다 수 십 개의 스포츠 채널을 포함 끝없는 채널이 나오고, 가는 곳마다 심지어는 버스 정류장에서도 자동으로 초고속 WIFI가 잡힌다.
역마다, 정류장마다, 몇 분 후에 내가 기다리는 차가 오는 정보도 뜨니 옛날처럼 도로를 응시하며 버스 놓칠까 염려하는 모습은 사라진 지 오래다.

나도 우아하게 비데를 사용하면서 편리한 지하철, 고속열차 등을 이용하면서 싸디 싼 택시를 타고 다니면서 그리고 몇 걸음만 걸으면 먹을 수 있는 수 없이 다양한 음식과 디저트를 즐기면서 리클라이너에 눕듯이 앉아 수많은 TV채널을 돌리면서 이 고급스러운 life style을 며칠만 있으면 떠난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만나는 사람마다 한국에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토로한다.
전셋값이 얼마나 비싼지, 정치는 얼마나 헛짓을 하는지, 아이들 교육시키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이 지옥에 살고 있다고 아우성들이다.
돈이 없다 하면서 땅이나 주식투자 안 하는 친구들이 거의 없고, 고급차 한 대 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고, 아이들 스포츠나 과외 안 시키는 사람이 드물다.
같은 가격이면서 우리 집보다 방은 두 배 많고, 연이자도 2% 대인 모기지를 가진 이곳에서 전세라는 훌륭한 시스템을 통해 매달 이자를 안 내고 살 수도 있는 이곳 사람들이 오늘도 모기지로 매달 3,4천 불을 내며 사는 사람들 보다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연봉이 나보다 반이나 적은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차를 몰고, 더 비싼 걸 먹고, 더 편리하고, 더 고급스러운 제품이 가득한 삶을 살면서도 만족스럽지 않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보험은 열 배나 싸고, 치료비도 열 배 싸게 느껴지는 이곳에서 같은 10불짜리 밥을 먹어도 세금, 팁이 없어서 늘 25% 할인받는 느낌인 이곳에서 대부분 사람들의 느끼는 삶이 지옥이라 느끼고 있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50대가 되면 쫓겨나야 하는 현실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말을 많이 듣지만 실제로 내 주변에 layoff(정리 해고) 당한 사람은 한국보다 미국이 훨씬 많은데...,
인텔 3천 명, 퀄컴 3천 명, 브로드컴 2천 명의 엔지니어들이 직업을 잃어 몇 개월을 다른 일자리를 찾아도 쉽지 않은 나로서는 미국이 일자리가 더 안정되었다는 이들의 말에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미국생활이 길어져서 감을 잃어버린 걸까?
살아보지 않은 외국인으로서 오해인가?
내가 못 보는 거겠지...! 아마 나도 살아보면 이들처럼 느끼게 되겠지 하며, 나는 공감능력이 확실히 떨어진 상태로 오늘도 수많은 이들의 불평을 듣고 있다.
냉장고를 2,3개 가지고 고기를 종종 뜯고, 사시미를 먹고, 좋은 차를 몰고, 편하고 고급스러운 집에 살면서도 가난과 위기를 노래하게 된 내 조국.
이들에게 하나님이 주시는 진짜 안식과 평안의 필요함을 느낀다.
​언제쯤 되면 우리는 진짜 가난한 북쪽의 우리 동포를 돌아다보는 그런 여유가 생기는 진짜 부자가 될까?

스스로 부한 체하여도 아무것도 없는 자가 있고
스스로 가난한 체하여도 재물이 많은 자가 있느니라
(잠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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