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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폐 Apr 28. 2023

시간 도둑

산골 일기


시간 도둑


때로는 아깝다 싶게 보내는 시간이 있다.


옛날엔, 굳이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가지 않아도 여성이라면 반드시 꼭 해야만 했고 할 줄 알아야 했던 일은 바느질로 옷 짓는 일이었다고 한다.


부잣집 딸들은 아침부터 일부러 배워야 했고, 일부러 해야 했던 일이고, 나의 어머니 같이 가난한 집 딸들은 낮에는 부모를 도와 일을 하고 밤에 촛불(등잔불) 켜놓고 배워가면서 지어야만 했던 일이, 요즘은 여성 남성 가리지 않고 관심과 취미가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데다 전기재봉틀에 맞춤 수선을 전문으로 하는 곳은 물론, 흔하진 않지만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곳도 있기에 돈만

있으면 시간 들여 수고롭지 않아도 좋을 일이 되었다. 


며칠 전, 천연옷감에 천연물감을 들여 손으로 옷을 짓고 이불을 짓고 모자 목도리 속옷을 짓는 인연으로부터 단추와 단추구멍을 미처 짓지 못한 옷을 선물(?)로 받아왔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그대로 두었다.


한가하다 싶은 날, 가위와 바늘 실을 꺼내 들고 단추구멍을 내고 실로 갈무리한 뒤 단추를 다는 데 꼬박 한나절이 걸렸다.

가~끔, 떨어지고 해진 옷을 깁고 꿰매는 일은 그러려니 하였는데, 없는 것을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는 일은 어찌나 시간이 많이 걸리는지...,


햇애기였을 때 배냇저고리는 물론 입을 옷들을 어머니가 손수 지어 입히셨다는데, 바느질 좋아라 않는 성질에 어찌 그 시간들을 참아내셨을까 싶다.


한나절이 걸려 아깝다 싶은 시간이었지만, 옛날 우리 할머니 어머니들, 나의 할머니 어머니의 삶을 짐작해 보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한편 '요즘은 참으로 편해졌구나!' 싶은 게, 때로는 시간 도둑도 필요하구나 싶었다.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햇살이 쨍하다. 햇살 쨍한 날은 어떤 일을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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