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너무 과식을 했는지 오른쪽 아랫배가 가스 차듯 쿡쿡 쑤셨다. 항암을 하면 변비가 세게 온다고 하는데 그전에 운동을 하러 나가야겠다. 2층 간이 트랙으로 내려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문이 닫히자마자 식은땀과 함께 구역감이 올라왔다. 2층에서 내려 벤치에 앉아 있다가 다시 병실로 올라와 누웠다. 그 와중에 배는 계속 빵빵하게 쑤시듯 아파서 화장실로 갔다. 가스와의 힘겨운 사투 끝에 편안해진 배를 붙잡고 다시 병실에 돌아와 누워 심호흡을 하니 울렁거림과 식은땀이 사그라들었다.
진 빠지는 오전을 보내고 점심때까지 계속 누워서 쉬었다. 점심식사를 하려는데 12시 반쯤 수액이 연결되었다. 오늘과 내일은 아드리아마이신과 이포스파마이드 2가지 약이 투여된다. 어제 첫날 항암이 끝나고 미션 하듯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힘을 썼더니 주사부위가 그만 막혀버렸다. 아직 갈길이 먼데 벌써 주사자리만 세 번 바꾸었다. 간호사 선생님들 올 때마다 하는 말이 내 혈관이 가늘어서 잘 안 보이는 편이란다. 이건 선천적인 거라 노력으로 혈관을 굵게 만들 수는 없다고 한다. 기왕이면 몸이나 가늘 것이지 보이지도 않는 혈관이나 가늘어버릴게 뭐람. 하등 쓸모없는 몸뚱이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부작용방지약과 아드리아마이신이 투여되고 비닐팩이 아닌 유리병에 담긴 투명색 이포스파마이드가 이어서 연결된다. 이포스파마이드를 맞을 땐 무려 3팩의 해독제와 12시간짜리 수액도 함께 연결되었다. 점심을 먹으려다 자몽주스 색의 약을 보니 입맛이 사라져 식판을 치우고 그냥 쭉 약만 맞았다. 끝나고 나니 오후 3시 반이 되었다. 부작용 방지약이 몸에 잘 맞는지 그 이후로도 딱히 부작용이 없어서 저녁 식사도 맛있게 하고 한 시간 걷기 운동도 무리 없이 했다. 잘 시간이 되자 슬슬 기운이 없어지기 시작했는데 낮잠을 한숨도 자지 않아서 피곤한 거라 생각했다. 담당 교수님 회진시간에 내일부터는 좀 힘들 거라며 수면제 성분이 있는 구토방지제를 처방해 주셨다. 예방 차원에서 미리 먹는 게 좋다고 해서 바로 홀랑 털어 넣었다. 약기운 덕분인지 12시간 동안 임무를 다한 수액을 제거할 때 빼고는 밤새 잘 잤다.
다음 날 해가 밝아도 눈은 떠질 줄 몰랐다. 전날 자기 전에 먹은 약이 이렇게 효과가 좋았다니.. 잔잔한 울렁거림이 계속되는 와중에 정신은 하루종일 비몽사몽이었다. 구토억제제였지만 수면제 기능이 더 강한 듯했다. 셋째 날은 오전 11시부터 항암이 시작되었다. 아드리아마이신 전에 맞는 오심 방지약은 스테로이드였는데 이게 오히려 더 울렁거렸다. 세 번째 보는 빨간약은 아직도 적응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3일 차라고 몸속으로 들어가는 자몽주스를 보면서도 입으로는 과자를 제법 잘 삼킨다. 30분의 짧지만 강렬한 아드리아마이신이 끝나고 다시 3팩의 부작용약과 이포스파마이드, 그리고 12시간짜리 수액이 연결된다. 이포스파마이드 투약 전에 맞는 3팩의 부작용 약은 방광보조제라고 한다. 이포스파마이드는 방광에 치명적이어서 배뇨통이나 심하면 혈뇨 증상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이포스파마이드 맞을 때에는 다시 수면제 기운이 올라와서 계속 잠만 잤다. 한 시간의 투약이 끝나고 나서도 아직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는 것 같아 운동을 해보려는데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숙취에서 헤어나지 못한 듯 비틀거렸다. 그냥 계속 누워있어야겠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비로소 제정신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저녁도 굶었다. 그래도 컨디션이 조금 돌아와서 한 시간가량 운동을 하고 병실로 돌아왔는데 그 사이 어젯밤에 먹었던 그 구토방지제 알약이 놓여있었다. 간호사 선생님에게 이거 꼭 먹어야 하는 건지 물어보니 부작용 증상 완화를 위한 거라서 특별히 울렁거림이 심하지 않거나 구토를 하는 게 아니라면 먹지 않아도 된단다. 혼을 쏙 빼놓는 잠 기운만 아니라면 구역감 방지로는 먹었으면 좋겠는데 고민이다. 일단은 먹지 말고 내일 아침 상태를 봐서 먹던지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