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항암 스케줄은 이러했다.
첫날엔 아드리아마이신(독소루비신 a.k.a 빨간약)을 30분 맞고
둘째 셋째 날엔 아드리아마이신 30분과 이포스파마이드(홀록산) 한 시간을 맞는다. 이포스파마이드를 맞을 때는 빠른 배출을 위해 12시간 동안 수액을 맞는다.
마지막 날엔 이포스파마이드 한 시간과 역시 수액 12시간을 맞는다.
이포스파마이드 한 시간 투약 후 24시간이 지나고 나서 고용량 면역주사를 배에 맞고 퇴원한다.
심장 초음파 검사를 마치고 병실로 돌아오자마자 이미 항암제는 세팅이 되어 있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본 아드리아마이신은 새빨간 피와 같은 색이었는데 실제로 보니 주황색 자몽주스와 더 가까웠다. 그래도 붉은색의 위압감이란 대단했다. 빨간약을 연결하기 전에 매스꺼움 방지약을 먼저 맞았다.
그 후에 바로 아드리아마이신이 연결되었는데 링거 줄 속에 채워진 투명한 부작용 방지약이 점점 붉게 물들어가는 것이 기괴하게 느껴졌다. 벌써부터 주사가 꽂힌 자리가 괜히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 30분 투약이라고 했는데 45분쯤 걸렸다. 요란한 엄살 속에 첫날 항암이 끝나자마자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으로 남은 일정은 거의 미션 수행과도 같았다. 먼저 교육실 가서 항암요법과 식이요법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교육실에 앉아 1:1 교육으로 한 시간 동안 앉아 있는데 벌써 약발이 도는 건지 온몸에 식은땀이 축축하게 배었다.
하루에 다섯 번은 먹어야 한단다. 정확히 하루 3끼 그리고 중간중간 간식 두 번. 교육이 끝나고 병실이 아닌 편의점으로 향했다. 샐러드와 고칼로리 즉석식품, 과일과 우유 등 간식거리까지 잔뜩 샀다. 항암제 맞고 나서는 빠른 배출을 위해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는데 억지로 마시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목이 마르다. 아드리아마이신을 맞고 나서는 소변도 마찬가지로 빨간색으로 나왔다. 두세 번 이후엔 다시 정상적으로 변하지만 괜히 무서웠다.
미션은 잠들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움직일 수 있을 때 열심히 움직여야 한다. 저녁밥과 간식까지 야무지게 챙겨 먹은 후 바로 샤워를 했다. 평소에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는 바디 크림을 꼼꼼하게 바르고 립밤으로 피부 지키기 미션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래도 아직은 컨디션이 괜찮은 듯싶어 2층 간이트랙으로 내려가 걷기 운동 한 시간 했다. 입원 첫날 잠을 설치기도 했고 하루 종일 긴장했던 터라 일찌감치 잠들기 위해 9시부터 누웠는데 갑자기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리더니 정신이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혈압 측정에서 최고혈압 132의 아주 안정적인 수치를 눈으로 확인하자 거짓말처럼 심장이 잠잠해졌다.
얼마나 잤을까. 잠시 눈을 떠보니 새벽 3시였다. 묘하게 속이 답답한 느낌에 한 동안 잠들지 못했다. 잔잔한 바다 위 배 안에 누워있는 듯한 울렁거림이 느껴졌다. 드디어 부작용의 시작이다. 내일 아침부터는 음식 냄새도 맡지 못하겠구나 싶었다. 계속되는 울렁임에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아침이 밝아 있었다. 몇 시간 전 울렁거림은 온데간데없고 허기가 느껴졌다. 걱정이 무색하게 아주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였다. 엄살도 이런 엄살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