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암 환자라면, 혹은 그 가족이라면 3개월이라는 제목을 보고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우리는 3개월에 한 번씩 삶을 연장받는다. 여섯 번의 항암 중에 한 번의 CT 검사가 있었다. 그 독한 항암제를 맞는데 암이 버티겠어? 내 머리카락이고 백혈구고 적혈구고 점막이고 난소까지 잡아먹는 항암제가 암만 쏙 남겨둘 리가 없지. 결과가 나오기까지 별다른 걱정을 안 했던 것 같다. 항암의 좋은 점은 그거 하나였다. CT를 찍어도 결과가 의심되지 않았던 것. 그만큼 독하고 힘든 항암이었다.
하지만 항암치료가 끝난 후의 CT 검사는 달랐다. 이제 항암제라는 믿을 구석이 없다. 사람답게 살아보겠다며 섬유질과 단백질 위주의 식사도 단단히 챙겨 먹고 앞 산에 오르내리며 열심히 운동도 했다. 하지만 간악한 암세포가 항암제가 들어올 때는 숨어 있다가 영양가 있는 단백질을 먹고 다시 쑥쑥 자라날지는 알 수 없는 것이었다. CT 촬영을 하고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일주일이 걸리는데 그 일주일은 근심과 걱정에 사로잡혀 제대로 된 일상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잠시 잊으려 바쁘게 지내보려 해도 정신을 쏙 빼줄 직장이 없다.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해보려 해도 체력이 없다. 그나마 운전을 하면 잠시 잡념에서 벗어나 도로 사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운전을 핑계로 CT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에는 멀리 여행을 다녀오곤 했었다. 그밖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답답한 속을 그저 깊은 한숨으로만 내뱉으며 숨 막히는 일주일을 보내는 것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일주일을 보낸 후 첫 CT 검사의 결과는 100점이었다. 그간에 생긴 이상 소견은 없었다. 일주일 동안 했던 맘고생이 눈물로 터져 나왔다. 다시 3개월의 평범한 일상을 연장받았다. CT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은 우리 가족 맛있는 저녁을 먹는 날이 되었다. 외식보다는 집에서 요리해 먹는 것을 좋아하는 우리 가족은 CT 결과 날이면 마트에서 장을 봐다가 생일상처럼 차려놓고 축하파티를 했다. 다음 검사에도, 그다음 검사에도 3개월마다 평범한 일상을 허락받아 쭉쭉 이어 나갔다.
“엄마 나 어쩌면 암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왜?”
“그렇게 큰 종양이 뱃속에서 자랄 동안 다른 곳에 전이된 것도 없고 수술 전에 주치의 선생님이 암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했잖아. 그리고 여태 CT 찍은 거 다 깨끗했잖아.”
“그래 맞아 그럴 수도 있겠다.”
행복회로는 날이 갈수록 신빙성을 더해갔다. CT검사를 받고 결과가 나오는 숨 막히는 일주일은 어느덧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렇게 3개월 단위로 일상을 이어간 지 1년이 지나가고 2023년 1월이 되었다. 이제 이번 검사 결과만 통과하면 검사 주기는 3개월에서 6개월로 늘어나게 된다. 역시 난 암이 아니었던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