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랑랑 Feb 25. 2024

세 번째 항암

젬시타빈+도세탁셀 항암

"이제 항암을 다시 시작해 봐야죠."

"네."

"이번 항암도 머리가 빠집니다."

"네 알아요."

"이번엔 케모포트 넣고 항암을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안 그래도 그 얘기하려고 했어요."


수술 후 처음 혈액종양내과 교수님과의 만남에서 세 번째 항암이 결정되었다. 8월의 무더위 속에서도 덧나지 않게 열심히 상처를 소독하고 관리한 보람이 있었다. 여전히 복대는 착용하고 다녔지만 상처 부위에 실밥은 깔끔하게 제거된 상태였다. 이제 새살도 돋았으니 다시 항암약으로 온몸을 절여야 할 타이밍이 온 것이다.


"제가 혹시 육종암에 쓰이는 항암약에 대해서 쭉 설명드린 적이 있나요?"

"아니요."

"일단 그전에 복용하신 보트리엔트는 환자분처럼 종종 약 듣지 않는 분들이 계세요."

'종종이라면 대부분은 약이 잘 들었다는 얘긴데.‘

"그리고 이번에 쓰는 약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젬자, 다른 하나는 도세탁셀이라고 하는 약입니다."

'도세탁셀은 암환자 카페에서 많이 들어 봤던 약이다. 힘들다던데.'

"재발암, 전이암에 쓰이는 항암제인데 제가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순서상 이 항암을 하는 게 맞아서 계획을 세우도록 할게요."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약은 아니지만'이라는 대목이 조금 거슬렸지만 굳이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다. 어차피 육종암에 맞는 항암제는 없다는 걸 알기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것도 잘 듣지 않으면 그다음으로 쓰는 약이 있는데 이거는 평활근육종에 꽤 효과가 좋아요. 하지만 비급여약이라 여기부터는 금액이..."


육종암 관련 권위자답게 교수님은 '평활근육종'의 항암 단계에 대해 상세히 알려주었다. 어려운 항암제 이름과 앞으로는 고가의 치료법만 남아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총 6단계의 항암 치료법 중 벌써 3단계에 이르렀고 젬자와 도세탁셀에도 실패하면 4단계부터는 비용의 무게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큰돈을 들여가며 6단계의 항암을 모두 시도한 뒤에도 차도가 없으면 난 그저 죽음만 기다리게 되는 것일까. 육종암에 특효약도 없는데 항암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이번 항암도 실패하면 이 다음부터는 그냥 하지 않겠다고 할까.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


"이번에도 6회로 항암치료 계획 세워보고요. 방법은 첫 회에 젬시타빈 90분 투약하고 7일 뒤엔 도세탁셀 1시간과 젬시타빈 90분 투약 후 2주 휴식, 이렇게 3주 사이클이 한 회차가 되는 겁니다."

"네"

"대신에 이번엔 AI 항암처럼 입원할 필요 없이 당일에 맞는 약이라 훨씬 간결합니다."

"네"

"첫 항암은 케모포트 시술도 하고 부작용도 관찰할 겸 입원해서 진행하는 방향으로 할게요. 당장 이번주 일요일 입원으로 잡아보는데 병실이 나지 않으면 입원이 밀릴 수 있습니다.”


외래로부터 3일 뒤 1차 항암치료가 결정되었다. 역시나 게릴라 콘서트 같은 급박한 항암 일정이다. 연말 동생 결혼식까지는 꼭 머리카락을 지키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이 가발을 알아봐야겠다.



2022년 1월 6일 첫 수술

2022년 1월 14일 평활근육종 암 판정

2022년 2월 21일~ 6월 22일 아드리아마이신+이포스파마이드 항암 6차

2023년 5월 26일 재발

2023년 5월 29일~ 7월 23일 보트리엔트 항암

2023년 7월 31일 두 번째 수술

2023년 8월 20일 젬시타빈+도세탁셀 항암 결정







이전 14화 무서워도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