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

by 랑랑

또다시 이송 침대다. 2022년 1월은 그저 이곳저곳 실려 다니며 썰리고 뚫리고 쑤셔진 기억 밖에 없다. 뭐 저렇게까지 표현을 하나 싶지만 체감상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결코 가볍진 않았다. 다시 시도하는 내시경 시술의 결과가 좋길 바랐지만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몽롱할 뿐 도무지 잠들 기미는 보이지 않아 그냥 눈을 감아 버렸다. 몇 번의 구역질, 개구기 사이로 흘러나오는 걸쭉한 담즙, 카메라가 열심히 헤집고 다니는 쓰린 속을, 옅은 신음과 눈물로 꾸역꾸역 참고 빨리 고통의 시간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배에서 목구멍을 타고 뱀 한 마리가 수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면서 내시경실 불이 환하게 켜졌다.


"우우우우웩"


개구기가 제거되었지만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경직된 상태로 고통을 참았던지라 그대로 턱이 빠져버렸다. 담당 교수님은 곧바로 나가지 않고 악 악 거리는 내 입속에 두 엄지손가락을 넣고 힘을 주었다. 신기하게 입이 딱 다물어지고 이송 침대에 옮겨 눕자마자 고생 많으셨다는 교수님의 한 마디에 비로소 잠이 들었다.


내가 회복실에서 자고 있는 동안 이모는 엄마에게 전화해서 울었다고 한다.

"언니, 됐어! 됐어!"


시술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협착되었던 담도를 뚫어 스텐트가 잘 자리 잡았다. 병실에 올라오기가 무섭게 병동 간호사가 달려왔다.

"환자분 들리세요? 지금 바로 혈관조영실 가서 옆구리에 관 하나 제거할 거예요!"


타고 왔던 이송 침대에 다시 실린 채로 혈관조영실로 갔다. 정신은 들었지만 워낙 지쳐있던 터라 눈이 떠지질 않았다. 그 모습을 본 혈관조영실 의료진들은 내가 수면마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줄 알고 "대체 내시경실은 무슨 약을 쓰는 거야?"라며 우스갯소리를 해댔다. 비몽사몽 한 틈에 옆구리에서 무언가 수욱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맨 정신이었다면 상당히 불쾌했을 것 같았다.




다시 옆구리엔 하나의 배액관과 주머니만 남았다. 수술실에서 달고 나온 하나였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나머지 하나의 배액관마저 제거되었다. 혈관조영실 침대에 이번엔 맨 정신으로 앉아 몸통 앞 뒤로 상판을 대었다. 엑스레이 화면으로 담도를 통해 담즙이 잘 흐르는지 한참을 살펴본 후에 제거가 결정되었다. 침대에 누웠더니 숨을 참으라는 말에 흡! 하고 참는 순간 뱃속을 쑥 훑고 지나가는 이물감이 들었다. 불쾌하고도 후련했다. 배액관이 빠져나간 곳을 여러 번 소독하고 거즈를 두껍게 대고 테이프로 고정시켰다. 오늘은 최대한 오른쪽으로 돌아눕지 말라는 주의 사항을 전달받고 왼쪽으로 누워 병실까지 이송되었다.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환자복을 들어 올려 엄마에게 반창고가 붙은 옆구리를 짠 하고 보여주었다. 수술 전부터 꼽혀있던 배액관으로부터 꼬박 5주 만에 자유로워진 옆구리에 행복했다. 소소하게나마 축하파티 겸 편의점에서 군것질거리를 사 와 먹고 있는데 외과 담당 교수님이 찾아왔다.


"내일 퇴원하시죠~"




2021년 12월 30일 응급실 내원

2021년 12월 31일 입원

2022년 1월 14일 암 판정

2022년 2월 8일 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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