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낫다
"I owe you" /" Cared for, Loved" /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낫다.
얼마 전, 토모코로부터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마침내 방사능 치료를 마지막으로 유방암 치료를 끝냈고, 완전히 회복되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그녀와의 마지막 만남은 몇 주 전에 우연히 만난 GP에서였다. 나는 장기간 대장염으로 인해 혹시라도 급성 신유염이 왔을까 싶어서 의사가 피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를 듣는 날이었다. 그때, 그녀는 간호사로부터 여성호르몬 억제제를 맞고 나와 짧은 대화를 나누었다. (여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나오는 나이인 40대 초반이어서 호르몬이 유방암을 재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매달 GP에서 간호사에게 주사를 맞을 예정이다.)
토모코는 자신이 나에게 빚을 졌다고 하며, 이제는 거의 건강을 회복했으니 언제든지 내가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면 자신이 운전해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자신의 전화번호가 내 폰에 저장되어 있는지도 확인했다. 토모코는 웬만해서는 이렇게까지 적극적이지 않은데, 아마도 그녀의 깔끔하고 맺고 끊는 성격 때문일까, 자신이 받은 도움을 꼭 되돌려주고 싶다는 'I owe you'라는 마음이 굳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가 "왜 자신을 도와주느냐"는 질문을 했을 때도 예를 들어가며 설명했었다.
어쨌든 나는 신장 기능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대장염의 잔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피검사를 했고, 채변검사까지 진행했다.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해결하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에 그녀의 문자에서 자신의 건강한 육체를 되찾은 것에 대한 기쁨을 축하하고 싶다는 마음과 동시에, 여전히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말해달라는 고마움과 부채감이 공존하고 있었다.
" I am cared for, and I am loved"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누군가에게서 사랑과 배려를 받고 있다는 것은 힘든 일상 속에서 항상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사실, 나는 도움을 받는 것보다 주는 편에 속했다.
그것은 신앙적인 이유도 있었고, 몇 번의 죽을 고비를 넘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내가 도왔던 많은 사람들이 "고마웠고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드물었지만, 나는 그저 내가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여기며 마음을 비웠다. 원래 강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나의 수준에서 사랑과 도움을 흘려보냈다. 지극히 높은 분과 나, 그리고 다시 어떤 이의 중간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낫다고 살아왔다.
그러나 50대가 넘고 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되어가자 마음이 자주 흔들렸다. 경제적 성취나 물질적 보상 없이도 나의 길이 의미 있다고 믿어왔지만, 문득 "왜 나는 매번 주어야만 하는가? 내가 도와주었던 사람들은 왜 고마워하지 않지? 어쩌면 이용해 먹으려고만 하는 건 아닐까? 나는 과연 받은 만큼 되돌려 받고 있는가?" 같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한 질문들이 떠올랐다. 나만 남을 돕고, 내 삶은 오히려 퇴보한 듯한 '억울함'이 들 때가 많아졌다. 그런 혼란 속에서 제주도를 떠나 영국으로 역이민을 했다.
그 후, 나는 영국에서 모든 것을 남의 손을 빌려야 했다. 그동안 쓰지 않아서 녹슬어버린 영어를 다시 익혀야 했고, 말하는 방법도 바꿔야 했으며, 태도도 새롭게 해야 했다. 아마도 나에게 도움을 준 라일라와 그녀의 남편 링컨, Sam, 티나, 론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여기서 버틸 수 있었을까? 아마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으로 토모코처럼 부채감(I owe you)이라는 감정을 느꼈다. 그 느낌은 생소하고 불편하게 다가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영국으로 역이민을 온 지 1년 3개월이 지났고, 그동안 내가 세상에 베풀었던 도움을 한꺼번에 되돌려 받은 것 같다는 깨달음이 들었다. 그래서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나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주는 것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부채감 대신 행복감을 느끼는 게 훨씬 더 좋은 감정이지 않을까? 혹시 내가 경험한 것처럼, 언젠가 한꺼번에 돌아오는 순간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다시 한번 느꼈다. 도움을 받는 것보다는 주는 것이 더 나은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