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 수많은 결정들이 이 도시에서 만들어진 만큼 도심 곳곳에는 보석 같은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이 깃들여 있다. 그 보물을 찾아내는 것 역시 꽤나 흥미진진한 놀이이다.
보물찾기는 구시가지에서 시작되는데 론강을 건너서면 구시가지에 들어온 것이다. 구시가지에 가까이 가면 제일 먼저 호숫가에서 거세게 뿜고 있는 분수가 보인다. 145미터의 엄청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는 이 분수는 제도Jet d’Eau라 불리는데 단연 제네바의 상징이다. 조금 흥미로운 사실은 이 분수가 우연히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 1886년 수압을 이용한 수력발전소에서 도시에 공급하는 물의 압력을 조절하기 위해 물을 배출시켰는데, 그때 30미터까지 물줄기가 치솟으면서 우연히 분수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1891년 스위스 연방 600주년을 기념해 자리를 옮겨 지금의 제네바 분수를 만들어 낸 것이란다. 이런 우연한 발명은 도시에 이야깃거리를 더한다.
이 보물찾기에 나를 끌어들인 것은 탐 블루머Tom Bloomer이다. 그렇게 그와 함께하는 제네바 탐험은 언제나 구시가지 루소섬이 보이는 거리에서 시작된다. 콧수염을 멋스럽게 기른 탐은 버티니에 사는 어르신이자 학자이다. 한 번은 그와 함께 로잔에서 열린 워크샵에 간 적이 있다. 그저 그의 차를 얻어 타고 간 것이었다. 그런데 그가 워크샵에서 수많은 이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의 차에 올라타고 오는 길에 그에게 말했다. “탐, 당신이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몰랐어요.” 운전대를 잡고 있던 그는 그저 허허거리며 멋쩍은 웃음을 보였었다.
스위스 역사에도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는 제네바의 종교개혁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했고 시간이 날 때면 사람들을 데리고 제네바 구석구석을 돌며 제네바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나는 그와의 투어를 영상으로 기록해 시리즈로 만들기도 했었는데, 그와 함께 걸으며 듣는 제네바 이야기는 언제 다시 들어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