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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솔웅 Jan 02. 2023

난민의 도시

2018년 2월 13일

“내 평생 제네바에서 살았지만 이건 처음 보내요. 고마워요!” 길을 가던 중년의 한 아주머니가 멈춰서서는 사진을 찍던 나에게 고맙다며 말을 건넸다. 나는 물라드Molard의 오래된 탑에 새겨져 있는 글귀를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 ‘제네바, 난민의 도시.’ 1591년에 세워진 물라드 탑은 구시가지 쇼핑가에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우직하게 서 있는 탑이다. 많은 이들이 이곳을 오가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물라드 광장은 제네바에 숨겨져 있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는 곳 가운데 한 곳이다. 한때 부둣가였던 이 광장은 사람들을 환영하는 장소이다. 광장의 바닥에는 여러 언어로 환영 문구가 쓰인 돌들이 박혀있다 — 한국어가 없다는 것이 좀 아쉽긴 하다.



역사적으로 제네바의 사람들은 난민들을 환영하고 도시를 열어주었는데, 한때는 그들이 받아들인 난민으로 인해 제네바 인구가 일 년에 두 배까지 늘어났단다. 제네바인들은 난민들을 받기 위해 건물 꼭대기에 한 층씩 추가하는 증축을 했는데, 특히 구시가지의 중심가인 부르 드 푸르 광장Place du Bourg-de-Four에서 그 노력의 흔적이 두드러져 보인다.


왜 이토록 제네바는 난민들을 환영하고 그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을까?


그들의 신념과 가치 때문이지 않을까? 도시 곳곳에 배어있는 그들의 신념과 가치야말로 제네바의 진정한 보물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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