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나 많은 사람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유럽의 지붕 알프스산맥의 최고봉인 몽 블랑Mont Blanc의 위치이다. 대개 사람들은 하얀 산이라 불리는 몽 블랑이 스위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몽 블랑은 프랑스에 자리 잡고 있다. 어쨌든 몽 블랑의 위치는 프랑스라지만 4,807미터 높이의 몽 블랑 고유의 아름답고 우아한 모습은 레만 호수 반대편에 사는 스위스인들의 몫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1921년 몽 블랑 산기슭에 자리한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샤모니Chamonix의 주민들은 마을 지명에 ‘몽 블랑’을 더 한다. 샤모니-몽-블랑Chamonix-Mont-Blanc이라 불리며 몽 블랑을 대표하는 곳이 되었다. 그리고 1924년 이곳에서 최초의 동계 올림픽을 개최했다. 당시 올림픽에는 16개국이 참가했는데, 경기를 보기 위해 유럽과 미국에서 만여 명의 관광객들이 이 작은 마을을 찾았고 단연 올림픽 이후 이곳의 위상은 높아졌다.
몽 블랑의 하얀 봉우리는 금방이나마 손에 잡힐 것 같지만 스위스 제네바에서 몽 블랑의 관문인 프랑스 샤모니까지는 차로 한 시간 조금 넘게 걸린다.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제네바 중심부에서 론Rhône강까지 흐르는 아르브Arve강을 따라가면 된다. 제네바의 라 종션La Jonction까지 100여 킬로미터를 흐르는 아르브강 강물은 샤모니 계곡에 자리 잡은 빙하들이 녹아서 시작되는데, 대부분이 메르드글라스Mer de Glace 빙하의 물이란다. 메르드글라스는 프랑스어로 ‘얼음바다'라는 뜻으로 프랑스에서 가장 길고 큰 빙하이다.
샤모니에서는 그 거대한 빙하를 직접 볼 수 있다. 기차역에서 몽땅베르Montenvers행 열차를 타면 되는데, 기차표는 30유로 조금 넘는다. 열차를 타고 20분 정도 올라가면 해발 1,931미터에 자리한 몽땅베르에 도착하게 된다. 바로 그곳에서 거대한 메르드글라스 빙하의 모습을 더욱 실감 나게 관찰할 수 있다. 열차에서 내려 계단을 따라 회색빛 계곡 아래로 내려가면 저 멀리 거대한 빙하의 모습이 수줍게 보인다. 계단 옆 벽에는 연도와 함께 빙하가 있던 곳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표지판에 쓰여있는 연도가 그 당시 빙하가 위치했던 곳이다. 몇십 년 전만 해도 빙하는 이 계곡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것이다. 여러 표지판을 지나 계단을 한참이나 내려가야만 빙하에 다다르는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양의 빙하가 녹아내렸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메르드글라스 빙하는 15년도 안 되는 사이에 500미터나 후퇴했다고 한다. 기후변화의 진행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메르드글라스 빙하에서 녹아내린 물은 아르브강을 따라 흘러 유럽의 대표 강인 론강과 만난다. 이 두 강의 만남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황토색의 아르브강과 푸른색의 론강이 만나면서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강물의 색은 왜 다른 것일까? 그 이유는 유속 때문이란다. 아르브강은 유속이 빨라 흙과 함께 흐르고 론강은 유속이 느려 물이 더 맑게 흐른다는 것. 이렇게 기이한 광경을 연출하며 아르브강은 론강으로 흘러든다. 이 두 강물의 만남은 론강이 레만호를 관통한 직후 이뤄진다.
제네바호Lake Geneva라고도 알려진 레만호는 스위스에서 가장 큰 호수이며 서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호수이다. 레만호는 프랑스와 스위스 사이에 있다. 레만호를 보고 있자면 풍요로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호수 주변의 사람들은 레만호에서 물고기를 잡고 수영을 하고, 유람을 즐기며 호수가 주는 풍요를 만끽한다. 그렇게 많은 이들에게 풍요를 안긴 레만호의 물은 지중해로 흐른다. 그 물길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론강이다.
스위스 알프스의 론 빙하Rhône Glacier에서 시작된 론강은 레만호를 관통해 프랑스의 남동부를 지나 지중해까지 800여 킬로미터를 흐른다. 론강은 오랜 세월 고속도로와 같은 역할을 했는데, 아를Arles, 아비뇽Avignon, 발랑스Valence와 리옹Lyon과 같은 프랑스 내륙의 큰 도시와 포쉬르메르Fos-sur-Mer, 마르세유Marseille 그리고 세트Sète와 같은 지중해의 항구도시들을 잇는 중요한 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