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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이 Mar 30. 2024

아름다운 지난

24.03.30.토요일

책을 보다가 산책을 다녀왔다. 꾸준히 읽어가고 있는데 페이지가 잘 넘어가지 읺는다. 원래도 책 여러 권을 한꺼번에 읽는 편인데, 이번 책들은 모두 두꺼워서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다.

 산책 다녀오는 길에 핀 벚꽃 사진을 찍었다. 이 동네는 유독 벚꽃이 늦게 핀다. 다른 곳보다 늦게 피는 꽃이 유난히 반갑다. 흰 벚꽃이 말갛게 피어있다.



 책 읽기에 지쳐서 산책을 다녀왔는데 집 앞의 꽃을 보고 기분이 좋아졌다. 괴로운 순간도 다 지나가려나 했는데 모두 지나가진 않고 아직도 조금 괴롭다. 여러 번 아프고 괴로웠던 날이 다시 반복될까 두렵다. 이제부터 책도 보고 공부도 하고 조금씩 달려볼까 했는데 아직 열심히 뭔가 하기에는 이른가 싶어서 쉬고 있다. 마냥 쉬자니 허전해서 책을 읽으려 했는데, 고르다 보니 욕심이 많아서 벽돌책 세 권을 들고 보게 되었다. 쉬지 못하고 일 만들어두기는 내 특징인데 이번에도 여전하다.

 열심히 뭔가 할 때의 기분을 안다. 나는 음악 하는 학생이었으니까 아침부터 연습실로 달려가서 악보를 펴고 부단히 연습하는 기운찬 기분을 느끼곤 했는데, 그 기분을 아주 좋아했다. 오래 연습하고 나면 주변이 고요해진다. 문득 고개를 들면 악보와 악기 소리로 가득 찬 방이 있었다. 나는 그곳을 사랑했다. 그렇게 심하게 연습하다 손도 다치고 입원도 하고 했더니 이전처럼 연습하기가 두렵다. 으음, 그래도 이제 곧 열심히 공부든 뭐든 할 거니까 달리기 전의 유의사항을 써두자면, 달리면서 옆도 보자. 오늘처럼 봄이 왔는지 여름이 가물었는지, 그리고 조금 있을 한참 뒤에는 겨울이 다시 찾아오고 있는지, 꼭 보자. 그렇게 달리면 무리하지 않고 안전할 거야.

 혼자서 열심히 하다 보면 갑갑할 때가 많으니까 옆도 보고 친구랑 말도 하면서 가자. 그렇게 풍경과 함께 가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예전에 악기를 배웠던 선생님께 오랜만에 전화를 드렸는데 선생님께서는 꾸준히 악기 불다 보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 거라고 하셨다. 무척 감사한 말씀이라 마음에 오래 담아두었다. 토닥토닥 걸어가다 보면 봄꽃도 만나고 산들바람도 만난다. 그렇게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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