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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응답했다

by 파도 작가
시작하기 전에,

작가님들 잘 지내셨죠? 저는 지난주 10월 31일까지 한글파일 퇴고 마감이라 정말 토 나올 때까지 퇴고를 했어요. 퇴고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술술술' 읽히는 문장이 아니라 '슝슝슝' 빈틈이 있는 문장들만 계속 보이더군요.

정말로 '책 쓰기 최고의 기술은 퇴고를 잘하는 능력이다!'라는 걸 또 실감했습니다. 아무튼, 제출을 했으니, 홀가분하네요. 이제 또 기다려 보고 수정 요청이 오면 그때 또 열심히 퇴고해 볼게요.

이번 글은 약 2년 전 투고하며 기록했던 이야기를 회상하며 다시 써봤습니다. 갑자기, 그때의 제가 떠오르네요... 열정이 넘쳤던 그 시절을 여러분께 바칩니다.



벌써 2년 전의 일이다.『물고기 이야기』로 책을 출간하고 싶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책 쓰기에 돌입했다.

책 쓰기 관련 도서를 읽고, 출간 기획서를 만들며 내 주제와 비슷한 책이 있는지 시장조사도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물고기’ 관련 에세이는 단 한 권도 없었다. 너무 이상했다. 반려식물, 반려동물 에세이는 서점에 넘쳐나는데, 왜 물고기 에세이만 없을까? 물생활 커뮤니티(홈다리) 회원 수만 22만 명이 넘는데도 말이다.


혹시 반려물고기는 시장성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물고기 집사 중에 글쓰기를 즐기는 사람이 없어서일까? 온갖 생각이 스쳤다. 아무튼, 나는 ‘그럼 내가 국내 최초의 물고기 에세이를 쓰면 되지!’라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때는 이 주제가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을 거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매일 새벽, 물고기들에게 밥을 주고 난 후 한 시간씩 글을 썼다. 물고기 밥 주는 이야기, 아빠 안시를 관찰하며 느낀 점, 딸아이와 함께 그림을 그리며 떠오른 생각들…. 내가 보고 느낀 것들을 있는 그대로, 내 언어로 진솔하게 써 내려갔다. 결국, 2023년 8월, 첫 초고를 완성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부족한 글이었지만, 그 초고가 없었다면 지금의 원고는 200% 없었을 것이다. 헤밍웨이는 “초고는 쓰레기다.”라고 말했다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완성된 원고는 쓰레기 같은 초고에서 시작된다.”라고.




처음 투고할 때 어떤 출판사에 보낼지, 책 제목을 무엇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글을 쓰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아무튼, 물고기.’

간결하고 담백했다. ‘아무튼, 술’, ‘아무튼, 식물’, ‘아무튼, 하루키’ 시리즈를 즐겨 읽던 나로서는 이 제목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무엇보다, 수많은 ‘아무튼’ 시리즈 중에 아직 ‘물고기’는 없었다.

'그래, 이건 운명이다.' 아무튼, 물고기를 써야 할 운명말이다.


그날부터 아무튼 시리즈를 출간하는 출판사 정보를 조사했다. 이메일 주소를 찾고, 출간된 책들을 읽으며 투고 준비를 했다. 출간 기획서를 계속 다듬어 마침내 2023년 12월 12일, 첫 기획서 초안을 완성했다. 그리고 드디어 딸아이의 그림이 담긴 『아무튼, 물고기』출간기획서를 만들었다. (좌측부터 1차 초안 > 2차 > 3차)



나는 스스로에게 ‘2023년 12월 안에 반드시 투고하겠다’ 고 약속했지만, 막상 12월은 행사도 많고 일정도 겹쳤다. ‘조금 미루고 1월에 할까?’ 고민했지만, 약속은 지켜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12월의 마지막 날, 하루 종일 퇴고를 하며 보냈다.


2023년 12월 31일 밤 11시 40분. TV에서는 새해 카운트 다운 방송이 시작되었고, 화려한 불꽃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오직 한 가지에 집중했다. 결국, 23시 43분, 46분, 49분. 세 번에 걸쳐 출판사 세 곳에 투고를 완료했다.



다음날인 새해 첫날 새벽, 잠에서 깨자마자 메일함을 확인했다. 기대했지만 역시 답장은 없었다. 스팸메일만 가득했다. 수신 확인을 눌러보니, 세 곳 중 두 곳은 메일을 읽었고 한 곳은 읽지도 않았다. 많은 작가님들과 선배들이 이렇게 조언했다.


“투고를 해도 80%는 답장조차 오지 않습니다. 실망하지 마세요.”


그 말을 들었을 땐 담담했지만, 막상 내 일이 되니 마음이 달랐다.

‘도대체, 왜 답이 없을까? 왜 읽지도 않을까? 읽었다면 한 줄이라도 회신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날 이후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메일함을 들여다보는 소심한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투고 3일 만에 첫 응답이 도착한 것이다. 메일을 여는 손이 떨렸다. 두근두근…. 모든 문장을 다 읽고 나니, 눈가가 뜨거워졌다. 출간 거절 메일이었다. 하지만 그 눈물은 슬픔이 아니라, 감사와 안도감의 눈물이었다. 내 글을 읽고 진심 어린 답신을 보내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마웠다. 이 자리를 빌려, 그때 회신을 보내주신 출판사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태어나 처음으로 투고를 위해 글을 썼고, 한 해의 마지막 날 온 힘을 다해 보냈던 그 원고에 답신을 보내주신 대표님,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거절 메일을 받은 그날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쓸 수 있었다. 그 후에도 투고는 여러 번 실패했지만, 계속 시도했다. 그리고 2025년 8월 출간계약을 했고 현재 열심히 퇴고 중이다.



글을 마치며,

여러분 절대 포기하지 마세요. 거절 메일을 받을 때까지 계속 써보세요. 그럼 언젠가, 당신의 글을 알아봐 주는 출판사를 반드시 만나게 될 겁니다.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다음 글은 계속 투고 쓰리고 하며 받았던 아주 다정한 출판사 편집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 해요. 다음 화도 기대 많이 해주세요. 그리고 퇴고 후 진행상황도 업데이트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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