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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수 May 11. 2024

금식 3 일째

떡, 사과, 참외, 딸기, 밥, 빵 등의 먹음직스러운 과일과 음식을 보고 먹는 꿈만 꾸다가 눈이 열린다. 손목시계를 보니 새벽 1시가 조금 지났다. 4시에 일어날 생각으로 잠을 청했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뱃속이 너무 비어도 잠이 오지 않음을 알게 됐다. 잠이 오지 않고 도리어 머리가 아프고 숨만 가쁘게 몰아 쉰다.

어쩌다 잠이 들어 다시 깨어보니 1시간 지난 2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다. 또다시 잠을 청해 겨우 1시간 잠이 들었고 다시 잠에 빠져 눈을 뜨니 4시 30분쯤 되었기에 이제 일어나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좀처럼 말을 듣지 않는 몸이다. 도무지 일어날 힘이 없었다. 왜 그렇게 구역질은 나는지 할 수 없이 일어나 두어 번 토하니 속에 있던 물만 조금 나올 밖에 아무것도 없다. 다리를 가누며 세수하고 냉수를 세 모금 마신다.  약간 생기가 도는 것 같다.

괴로운 새벽이었다. 당장에 내려가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제 겨우 시작인데 결코 그럴 수는 없다. 한 번 마음먹었으면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게 아닌가. 금식을 하기로 결단하기 전에 또 한 가지 약속이 있었다. 1960년대 말 경이다. 연합으로 모이는 부흥회 자리에서 초청 강사로 온 분이 신약성경 100번 읽기를 강조했다. 그러다가 100번 읽을 사람은 손을 들고 약속하자고 하니 참석한 이들은 하나도 빠진 사람이 없고 모두 손을 들었다. 나도 당연히 오른손이 들려 있었다. 곧 후회했다. 그러나 다시 다짐을 하고 읽기를 시작한다. 버스 안에서, 기차 안에서 손바닥 안에 들어오는 준비된 작은 것을 지니고 다니며 읽고 또 읽기를 계속하여 마침내 1976년 2월 끝자락에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많이 읽는 것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조금 읽고 알아도 삶의 현장에서 실천하는 빛으로서의 삶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다른 사람 모르게 혼자 만의 약속이라도 지켜야 당연하다. 이제 이곳 산에 왔으니 '죽으면 죽으리이다'는 각오로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 나를 아는 이들은 당연히 그리 알고 있으리라.


산책 시간이다. 발끝에 밀리는 작은 돌멩이들이 마치 방금 메로 쳐서 만들어낸 인절미처럼 보이는 까닭이 웬일인가? "사십 일을 밤낮으로 금식하신 후에 주리신지라 시험하는 자가 예수께 나아와서 이르되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기록되었으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살 것이라."(신약성경 마태복음 4장 2절- 4절) 했다. 먹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이제 옛이야기가 되어 추억이 됐다. '보랫고개'를 경험한 세대와 경험하지 않은 세대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개인이나 국가도 먼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나중에 할 일은 나중에 하게 하는 나눔의 지혜가 있어야겠다. 육체는 먹어야 산다. 먹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주린 예수 그리스도에게 첫 번째 찾아온 시험의 문제는 돌을 떡이 되게 하라는 유혹이었다. 그리스도는 이 유혹을 뿌리치고 이겼다.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들도 이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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