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훈 Feb 02. 2023

대학공유네트워크와 대학입학보장제

제5장 대학서열 해소를 위한 지금까지의 논의들 -2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이후 대학 네트워크를 전제로 한 다양한 형태의 대학서열해소 방안이 여러 개인, 단체, 정당 등에 의해 제안되었다. 물론 대학 네트워크를 전제로 하지 않은 대학서열해소방안들도 있었지만 내용의 구체성을 어느 정도 지닌 정책 제안은 대부분 대학 간 연합이나 공유, 혹은 네트워크를 전제로 한 것들이었다. 그중에서 내용의 체계성을 갖춘 대표적인 것으로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안한 ‘대학 공유네트워크’와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제안한 ‘대학입학 보장제’가 있다. 


먼저 살펴볼 서울시교육청의 ‘대학공유네트워크(안)’(각주1)은 2017년 3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였다. 이 제안은 대학 네트워크 구을 핵심으로 하되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대학의 범위를 세 단계로 나눈 것이 특징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대학 공유네트워크의 기본구조는 <그림5-2>와 같다.      


그림5-2 대학 공유네트워크의 기본구조    

자료: 서울시교육청(2017). 대학 공유네트워크(안)     


먼저 1단계에서는 거점 국립대의 통합을 추진한다. 전국 10개의 거점국립대는 교수 및 학생이 자유롭게 서로 이동할 수 있고 공동 학위를 수여하는 높은 수준의 통합된 대학 네트워크이다. 이와 함께 한편에서는 공영형 사립대의 숫자를 늘려간다. 공영형 사립대는 정부로부터 국공립대 수준의 재정 지원을 받으면서 공공성과 책무성 역시 국공립대 수준으로 요구받는 사립대학을 말하는데, 추후 2단계에서 이 공영형 사립대들을 대학 네트워크에 포함시키기 위해 미리 1단계에서 공영형 사립대의 숫자를 늘려간다는 구상이다.


다음으로 2단계에서는 통합된 거점국립대가 중심이 되면서 권역별로 지역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가 연합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계이고, 3단계에서는 공영형 사립대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형 사립대도 대학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계이다. 대학 공유네트워크의 3단계 확장 과정을 요약하면 <표5-1>(각주2)과 같다.


표5-1 대학 공유네트워크의 3단계 구상  


서울시교육청의 대학 공유네트워크 방안은 거점국립대지역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독립형 사립대 순서로 대학 네트워크의 체계적 확장을 보여주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만 공영형 사립대의 숫자가 계획대로 늘어나지 않을 경우 2단계 정책의 효과가 약해질 수 있고, 3단계에서 독자성을 가진 독립형 사립대와의 네트워크 수준이 어느 만큼 가능할 것인지가 숙제로 남는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2017년 3월 대학서열 해소 방안으로 ‘대학입학 보장제’를 발표했다. 대학입학 보장제 역시 대학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대학서열 해소 방안인데, 참여대학의 수를 1단계 50~70개, 2단계 70~100개, 3단계 100개 이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의 제안처럼 거점국립대, 공영형 사립대, 독립형 사립대와 같이 대학의 유형으로 단계를 설정하지 않고, 처음부터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참여하도록 하면서 참여 대학의 숫자를 늘려가는 방식을 취한다. 학생 선발은 국립대통합네트워크처럼 일정 성적을 달성한 모든 학생에게 네트워크 입학 기회를 부여하는 방식이며, 초창기인 1,2단계에서 참여 대학의 입학정원보다 성적 기준을 달성한 학생이 많을 경우 추첨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차츰 참여 대학의 숫자가 늘어감에 따라 대상 학생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 경우 소정의 학업 기준을 가진 학생은 별도의 경쟁 없이 입학을 보장받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표로 나타내면 <표5-2>(각주3)와 같다.      


표5-2 대학입학보장제 3단계 방안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7). 새 시대 모두를 위한 대입제도 ‘대학입학 보장제’.     


대학입학 보장제가 네트워크의 초기 단계부터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참여하도록 설계한 것은 우리나라 사립대 비중의 특성을 고려한 것이다. 대부분의 국공립대가 지방에 위치에 있고 대학서열의 상층부를 차지하는 대학들이 거의 다 서울의 사립대학들이기 때문에, 대학서열해소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사립대학들의 네트워크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런 이유에서 대학입학 보장제는 처음부터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데 이는 대학 네트워크 방안의 최초 형태인 국립대통합네트워크에서도 취했던 방식이다. 대학입학 보장제는 네트워크 참여 대학의 숫자를 단계별로 제시하고 정책 시행에 필요한 예산 규모를 구체적으로 산출했다는 점에서 국립대통합네트워크의 논의를 진전시켰다고 볼 수 있다. 


네트워크 참여 대학을 국공립대부터 시작하여 사립대로 넓혀가는 서울시교육청의 대학 공유네트워크 방식은 정부 정책의 시행이 용이한 국립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초기 도입단계의 실현 가능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고, 처음부터 국공립대와 사립대가 함께 참여하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대학입학 보장제 방식은 대학서열해소라는 목표를 보다 명확하게 지향한다는 의의가 있다.


각주

1) 서울특별시교육청(2017). 통합국립대학-공영형 사립대학에 기초한 대학 공유네트워크 구축(안).

2) 서울특별시교육청(2017). 위의 자료. p.18.

3) 사교육걱정없는세상(2017). 새 시대 모두를 위한 대입제도 ‘대학입학 보장제’. p.30.

이전 16화 논의의 시작, 국립대통합네트워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