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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운더리 확장 공사

by 행복반 홍교사

아이들이 자라고 있다.

몸과 마음이 쑥쑥 자라고 있다. 말투며, 행동이며, 조금씩 유아기를 벗어나고 있는 아들들이다.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있는 건 너무 좋은데, 왜 자꾸만 핸드폰 사진첩 속 어릴 적 사진들을 들춰서 미소짓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 때도 그렇게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았을 텐데, 자꾸만 어릴 적 아이들의 모습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변하지 않는 건, 엄마인 나의 마음이겠다. 나의 마음의 공간을 확장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아이들이 크니 조금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아니, 사실 나는 현재에 만족하고 맞춰 살아가는 편이라 그런 마음이 들지는 않았는데, 처음에는 남편이 답답해 했고, 최근에 첫째가 이사를 가자는 말을 했다. 학교는 옮기고 싶지 않은데, 지금보다 조금 넓은 집으로 옮기면 좋겠단다.


여러가지 현실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움직일 수는 없지만, 확실히 아이들이 컸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쩌면 지금 시기가 우리 가정의 제 2의 도약기는 아닐까 생각했다. 더이상 어린 꼬꼬마 아이들이 아닌 것이다. 진정한 '형아'들의 세계에 입성한 것이다.


엄마인 나는 이 시기가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다. 남자 아이들이기는 하나, 어릴 때 부터 참 유순한 아이들이라 엄마 차원에서 커버가 어느 정도 되었었는데, 조금씩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나의 말에 반기를 들기도 하고,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고 둘이 작당모의(?)를 하기도 하는 모습을 종종 접하고 있는 요즘이다.


내가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 고민하던 차에, 이해성 작가님이 쓰신 '아이 주도 학습을 만드는 엄마의 언어 습관'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61898412


어느 날부터인가 아이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지금껏 자신의 분신, 내 말을 잘 듣던 사랑스러운 존재였던 아이에게서 여태 느껴 보지 못한 낯선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어쩌면 언젠가 본인이 겪었던 타인과의 불편한 관계를 되풀이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도 엄연한 인격체이고, 금세 자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성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 주도 학습을 만드는 엄마의 언어 습관' 中-


성인이 될 우리 아이들의 성장 과정의 변화들을 지극히 정상적이고 반갑게 여겨야 한다. 더불어, 부모의 요구와 간섭을 덜고,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도록 바운더리를 넓히는 내 마음의 확장 공사가 필요하다.



오늘 둘째를 데려다 주고 동네를 걷다가, 오랜만에 첫째 애기 때 가끔 가던 동네 빵집에 들어 갔다.


주인 아주머니가 알아보시고 반겨 주셨다. 우리 첫째 어릴 때 데리고 가면 그렇게 친절하게 대해 주셨던 주인 아주머니, 아저씨 내외분이셨다. 첫째보고 직접 밀가루 반죽을 만져보라고 떼어서 손에 쥐어주시고, 본인 아이들도 아들들이라시며, 아들을 키우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셨다.


그렇게 자란 본인의 첫째가 벌써 커서 군대에 갔다고 이야기를 해주셨다. 사춘기가 고등학생 때 심하게 와서 애를 먹었지만, 공부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고 알아서 하도록 했더니 관계도 잘 회복되어서 지금은 전화도 자주 하고 사이가 좋단다.


'그래, 무엇보다 부모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하는 거겠구나'


내 욕심과 고집, 내 생각으로 아이를 변화시킬 수 없음을 알고, 내 생각과 마음의 바운더리를 넓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내가 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고 말이다. 아이의 마음을 한없이 세심하게 들여다 보는 우리 아이들의 맞춤 인테리어 아줌마가 되어서 내 마음은 확장하고, 아이들의 마음은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어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녁 메뉴를 또 열심히 만들어 보아야겠는데....

오늘 뭘 해서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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