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날씨가 잔뜩 찌푸려서 그랬는지, 믹스커피를 많이 마셔서 그랬는지 계속 두통이 있었다. 오늘은 어제보다, 그제보다 다행히 조금 나아서 글도 쓰고, 일상 생활이 가능해서 참 감사하다.
머리가 아픈 와중에도 상호대차를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고 해서 도서관에도 다녀왔다. 원래 아침에 둘째 학교 데려다 주면서 나온 김에 도서관을 가려고 미리 가방에 다 챙겨 넣어뒀는데, 둘째가 엄청 서두르며 집 등을 다 끄는 바람에(요즘 등교 이슈다!) 책 넣은 가방을 놓고 나와서 둘째 등교 후 집에 들어왔다가 다시 나왔다.
둘째의 등교 이슈는 이렇다.
원래 등교시간이 형아가 더 빨라서, 둘째 등교는 형아 등교 후에 나와 함께 가는 건데, 요즘들어 둘째가 형아의 등교 시간보다 더 빨리 서둘러 가방을 둘러메고 나간다. 그러다보니 나가기 전에 옷을 입는 형아가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집 불을 다 소등하고 후다닥 나가는 둘째에게 첫째도 불만이다.
'왜 자꾸 이렇게 빨리 나가는데?'
지난주 금요일은 첫째와 둘째가 빨리 나가는 것 때문에 말싸움을 했었어서, 이번주는 아침 등교 시간을 다시 재조정하며 의논을 해 보려고 한다. '최소한 형아 나가는 시간보다 빨리 나가는 건 안된다', '일찍 나간다면 모두 같이 출발하는 시간을 정하자'는 걸로 말이다.
날이 부쩍 추워졌다.
지난주 내내 우리집 아이들 반팔에 반 바지를 입고 갔는데, 이렇게 추워지면 다음주부터는 긴바지를 입혀 보내야하나 싶다. 그것도 본인이 입으려고 해야지 반팔, 반바지 입겠다 하면 또 그러라고 할테지만, 바람막이 잠바는 꼭 챙겨주어야겠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본인이 몸으로 느껴야 수긍을 한다. 엄마가 하란다고 무조건 하지 않는다. 어쩌면 참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주체적으로 잘 자라고 있다는 뜻일테니 말이다.
내가 번거로워도 아이들과 조율하며 아이들의 반발(?)에 기꺼이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발자국 뒤에서 아이들의 행동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눈빛으로 격려해주는 엄마로서만 남고 싶은 마음이다.
'나를 따르라'라고 할 카리스마도 없지만, 이제 슬슬 자신들의 삶의 주체자로서 재미나게 살아보아야 할 아이들의 인생을 좌지우지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자신의 삶의 주인공으로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하면서 그렇게 단단하게 여물어 가는 모습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인생을 잘 살아가는 게 중요하겠다.
아프지 않고(제발!),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것들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잘 살아내고픈 마음을 가지게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한 발자국 뒤에서 걷기.
사실 나는 그렇게 따라가는 걸 좋아하긴 한다. 둘째여서 그런가 진두지휘하며서 나가는 것보다 하라는 대로 하는 걸 더 편안해 하는 편이다. 아이들도 나보다 훨씬 더 잘 할 거라는 믿음이 있다. 그래서 따라가 보려고 한다. 물론 부모로서 울타리를 잘 세워주어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일관되고, 분명하게 알려주고 지킬 수 있도록 제시해주려고 한다. 하지만 그 외의 것들은 '기꺼이' 자유롭게 해보도록 둔다.
내 바운더리가 너무 좁으면 조금 넓히고, 너무 넓으면 아이들과 의논하여 조금 줄이는 방향으로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본다. 일희일비 하기에는 육아의 시간이 참 길고도 짧기에, 그저 오늘 하루 후회없이, 최선을 다해 보낸다. 내 인생이, 우리 아이들의 인생이 그 자체로 참 살만하다고, 그럭저럭 괜찮다고, 나아가 조금 행복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