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긍정적인 상호작용의 유익

by 행복반 홍교사

요즘 자다가 한번씩 깬다. 갱년기 증상인지 왜 자꾸 새벽의 한 가운데에서 잠이 깨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들과 함께 자는 나는 아이들의 뒤척임과 낑낑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바로 일어난다. 엄마가 되고난 후부터 지금까지 쭉 그래왔다. 그래서 숙면을 취해본 게 언제인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아이들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이거나,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을 때 정도였을 거다.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르는 첫째가 이틀 연속으로 새벽에 벌떡 일어나 소변이 마렵다며 화장실을 갔다. 덕분에 나도 깨서 또 잠자리를 봐주고 다시 잠들었다. 물론 푹 잘 자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푹 자지 못해도 아이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아직은 꼬물한 발꼬락과 자느라 살짝 벌어진 입모양을 구경하는 게 참 좋다.


이제는 자기 자리에서만 자지 않고, 여기저기 헤집고 다니면서 뒹굴거리는 통에 정착지를 찾아 자꾸 이불 위 유목민 생활을 해야 하는 나이지만,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밤에 무섭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이들을 내가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드니 어둠도 무섭지 않다.



누군가에게 어떤 존재가 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남편에게 딸린 식솔이 있다는 것.

아내에게 돌봐야 할 아이들이 있다는 것.

회사 사장에게 월급을 줘야 할 사원들이 있다는 것.

선생님에게 가르쳐야 할 반 아이들이 있다는 것.


나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로 인해 누군가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책임이 따르는 일이라, 참 무거운 짐으로도 느껴질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일방향적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부담스러운 존재들일 수 있겠지만, 사실 모든 관계는 일방적인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주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상대방으로부터 우리는 많은 것을 받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내가 주고 있다고만 생각하지만, 생각 못한 포인트에서 나는 얻고 받고 있으며 그로인해 성장하고 있다. 그래서 '주는 것이 참 복되다'는 성경 말씀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이들이 부족한 엄마를 단련시키고 성장시키고 있음을 안다.


아이들을 오롯이 돌보며 지나온 전업주부로서의 지난 시간들이 나에게는 참 귀한 시간이었다. 나의 삶을 갈아넣은(?) 그 시간들이 나의 젊은 날을 낭비했다고 1도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함께하며, 그 안에서 아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쌓았던 행복한 기억들이 마음에 차곡차곡 쌓여 고스란히 마음에 저장되어있기 때문이다. 그건 우리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차곡히 쌓인 행복한 기억들이 아이들의 앞으로 삶 가운데 자양분이 되어서 힘들 때마다 꺼내쓸 수 있을 거다.


어제 첫째 안과 검진이 있어서 병원을 다녀왔다. 진료를 보고 다음 예약을 위해 간호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는데, 대뜸 나를 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신다.


"어머님은 아들 엄마 같지 않으세요."

"아....그래요? 음... 선생님이 제 복식 샤우팅을 못 들으셔서 그래요..."


아들 둘을 키우면서 왜 화가 나는 일이 없고, 열 받을 일이 없었을까.

내 마음과 같지 않고 투닥거리기도 하고, 뭔가 엉뚱한 일들을 벌이기도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심호흡을 하며 방에 들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여러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열 받을 만한 일인가' 생각하면 사실 그럴 일이 별로 없다.


내 마음, 내 생각과 다를 뿐, 아이들은 자기만의 생각과 그 생각의 이유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거고, 끊임없이 실수와 실패, 그리고 성공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위험한 일이거나 큰일나는 일이 아니라면, 내가 화를 내서 해결될 일도 아니며, 화를 낼 필요도 없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점점 더 느낀다. 내 생각, 내 뜻이 절대적인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나부터도 실수와 실패의 연속을 살아내고 있으면서 누구한테 비난하고 화를 낼 것인가 말이다. 그렇게 우리는 계속 함께 커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나저나, 둘째가 오늘 학교 다녀오면 고추장 떡볶이를 해 달라고 주문했다.

쫄깃한 떡집 떡으로 만들어 달랜다.

매운 건 못 먹어 매번 간장 떡볶이만 먹던 우리 아이들인데, 어느새 자라서 고추장 떡볶이를 해달라니. 많이 컸다!


'그래, 요리 똥손 엄마이지만, 맛있게 한번 만들어 볼게.

오늘도 행복하게 학교들 잘 다녀와~! '


keyword
이전 15화난 세심한 사람인가, 소심한 사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