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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머전시

-내 몸과 마음 단단히

by 행복반 홍교사

몸이 썩 좋지 않다.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잘 넘어갈수 있는데, 자꾸 에너지를 쓸 일이 생긴다. 에너지를 많이 쓰면 자꾸 짜증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게 사랑하는 아이들의 일이어도 말이다.


요즘 몸상태가 안좋아서 잠을 일찍 자려고 하고 몸을 따듯하게 하려고 노력한다. 잠깐 누워있어도 학교 다녀온 아이들 간식 챙기고 내가 처리해야 할 집안 일들로 계속 바쁘다. 엄마를 계속 부르는 아이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며 내 일도 한다. 몸이 힘들면 책보고 글쓰는것도 좀처럼 쉽지않다.


아침 눈뜨면서부터 첫째는 나에게 자기가 권하는 책을 읽어보라고 코앞에 책을 들이밀고, 둘째는 어두운 거실에 나가서 책을 보고 있다. 15분 후에 나는 남편 아침을 차리러 일어나야하는데 오늘은 그냥 핸드폰 보며 잠시 나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다. 마음 같아서는 그냥 아무 것도 안하고 싶다. 남편은 출근하고 아이들은 학교 가는데 너는 네가 맡은 일을 안한다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오늘은 정말 너무 기분이 내려앉는 날이었다.


아이들과 즐겨하는 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운이 좋아서 모든 게 내게 유리하게 될 때가 있고, 계속 잘 안 풀리는 때가 있다. 하루의 기분과 다짐이 아침에 일어나면서 정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아침은 계속 모든 게 삐그덕거렸다.


첫째는 자기가 읽으라고 하는 책 안읽는다고 짜증,둘째는 계속 뭔가를 끊임없이 나를 찾으며 요구하는 통에 진이 빠지고, 남편 아침에 먹을 양파를 볶는것도 쉽지않다. 남편 아침 챙기고 첫째 책 읽으라고 해서 안방에 누워 잠깐 같이 보는데 남편이 "애들 밥은 안줘?"한다.

몸을 일으켜 나가는데 몸이 무겁다.


'아...힘들다'


아이들 밥을 챙겨주려고 두부를 볶는다. 두부덮밥 해줘야지 하고 보니, 밥이 조금밖에 안 남았다. 급히 취사를 누르고 밥을 하고 밥을 빨리 달라는 둘째에게 남은 밥에 두부를 얹어 주었다.


나중에 거실로 나온 첫째가 "내 밥은?"한다. 또 주저리주저리 밥이 없어 급히 했고 금방 된다고 얘기해준다. 무던하고 짜증 잘 안내는 첫째도 어제 고된 하루였나? 오늘 아침은 계속 찡찡한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 둘 다 이러니 에너지가 두 배로 쭉쭉 떨어진다.


집을 나서는 첫째가 먼저 나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른 것 같았는데 버튼이 안눌렸나보다. 손풍기 챙겨서 첫째 가방 옆 주머니에 넣어주고 옷매뭄새 챙겨준다고 못 본 사이에 엘리베이터가1층으로 내려가 있다.

"너 왜 버튼 안 눌렀어? 그냥 내려갔잖아!" 했다. 그 말 하지말걸. 그냥 사실만 말할걸. 아이 탓을 하는 말에 아이가 얼마나 마음 속상하고 자책하며 갔을까 싶었다.


그렇게 첫째 내려보내고 집에 들어오니 둘째가 내 핸드폰을 들고 있다. 머리도 한번 빗고 커피도 한잔하고 한숨 돌리고 가고 싶은데 자리에 앉자마자 "가자!" 한다. 아직 1학년이라 같이 가야하는데 이럴땐 그냥 '너혼자 가'하고 싶다.


오늘은 둘째와 집 앞 나서는 길. 내가 기분이 안좋아서 말이 곱게 안나간다. '왜 이렇게 일찍 나가는거야. 자기 생각만 하고' 마음이 안좋으니 지나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기분좋은 인사를 할 수가 없다.


마음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오늘 아침은 엉망징창이다. 나도 내가 하고 싶은대로 그냥 막 살고 싶다. 해야할 일만 많고 정작 내가 하고싶은게 뭔지 모른체 나는 누군가의 조력자로만 사는 것 같다. 오늘은 그렇다. 그냥 기분이 폭주하는 느낌. 갱년기인가...


내 기분이 안좋은걸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이 커피쿠폰을 보내줬다. 그리고 커피 마시며 마음을 다잡는다,


오후에 또 첫째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한다. 한번씩 다녀오면 에너지가 쑥쑥 빠지는 병원검진. 멘탈 잘 붙잡고, 내 몸 잘 챙겨보자. 지금은 애들보다 나를 먼저 챙겨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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