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1. 나의 퀘렌시아를 찾아서

by 마리혜

#퀘렌시아_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아서


소가 투우사와 싸우다가 지치면, 자신이 생각해 두었던 안전한 장소로 가서 숨을 고르고 기운을 되찾는다. 기운을 얻은 소는 다시 힘을 모아 싸움에 대비한다. 이때 소는 안전한 장소에 들어오면 더 이상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소만 아는 안전한 그 자리를 피난처, 안식처라는 뜻으로, 스페인어로 퀘렌시아라고 부른다. 소는 투우가 진행되는 동안, 지쳤을 때 가장 안전하게 숨을 고를 수 있는 자리를 미리 살핀 후 그 장소를 퀘렌시아로 삼는다.


우리 삶은 예고 없이 어려움이 닥치거나 심신이 장애를 입을 만큼 위기의식과 불안감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또 자신의 능력이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곳으로 내몰리는 기분이 든다. 이때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여행이나 명상 등 마음을 추스르고 극복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나선다. 마치 싸움에 지친 소가 숨을 고르기 위해 퀘렌시아를 삼을 안전한 장소를 찾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 역시 하려는 일에 능력 한계에 부딪히고 지식과 지혜가 부족함을 느낄 때 심한 무력감에 사로잡힌다. 이럴 때는 스스로 탓하기보다 나의 부족함을 알아차리기 위해 자리를 잡고 눈을 감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마음을 모으고 온전히 나를 바라보면 곧 가라앉는다. 이때는 어떠한 분노도 일어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만큼의 나를 인정하게 된다. 호흡 명상과 기도는 나의 퀘렌시아이다. 글을 쓰는 것, 산책 그리고 도량의 풀 뽑기와 낙엽 쓸기 등 편안한 나와 힘든 나를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다.


그 비밀의 방이 없었다면 심신이 고갈되고 사람들에게 치였을 것이다. p13


나의 퀘렌시아가 아니라면 저자의 말대로 나는 이미 심신이 고갈되고 더한 무력감에 빠졌을지도 모르겠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특히 더 그런 마음이 든다. 나의 감성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적인 문장을 만났을 때. 정제된 언어로 따뜻하게 그려진 문장을 만나면 한없이 작아진다. 한계가 느껴지는 내 문장이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글을 쓰고 버틸 수 있는 것도 그 자책감을, 퀘렌시아를 통해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힘으로 나만의 공간에서 나의 글을 쓸 수 있기에 가능하다.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었을 때,

매일매일이 단조로워 주위 세계가 무채색으로 보일 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받아 심장이 무너질 때,

혹은 정신이 고갈되어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을 때,

그때가 바로 자신의 퀘렌시아를 찾아야 할 때이다.’ -본문 중에서


저자인 류시화 작가는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다정하게 이야기한다. 너무 멀리 가기 전에 자기 자신에게로 돌아와야 한다고. 나의 퀘렌시아를 갖는 일이 곧 나를 지키는 삶을 사랑하는 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