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가 그토록 제사 모시려고 하시는 이유

큰 아버님 제사

by 마리혜

우리 어머니는 텃밭에서 키운 채소를 며느리에게 나눠주시는 것도, 두 번 손이 가지 않게 깨끗하게 손수 다듬어서 주신다. 다듬어서 먹을 테니 그냥 두 시라고 번번이 말려도 듣지 않으신다.


천성이 깔끔하고 부지런하신 분이라 뭐든 손수 하셔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이시다. 가져가라고 연락하실 때 쏜살같이 달려가도 어느새 미리 다듬어서 준비를 다 해놓으신다.


연세에 비해 근력이 좋은 편 이시지만 구순을 바라보시고 작은 일도 힘에 부쳐하시니 운동이 될 만큼 하시라고 해도 듣지 않으신다.


그런 시어머니께 으름장을 놓는다.

"가져다 손질해서 먹으라고 하시면 되지, 힘들게 왜 그러신대? 어머니!"

"다 다듬어 놓으실 거면 가져가라고 해도 이제부터 안 가져가요!"

고분고분하고 말대답 없던 며느리가 자기도 나이들만큼 들었다고 시어머니한테 부쩍 큰소리치곤 한다.


효과가 있었는지 오늘은 텃밭에 가자고 하시더니 삼동추며 쪽파를 한 아름 뽑아 주셨다.

"저녁에 한참 다듬어야 할 텐데..., " 다듬는 것도 걱정하신다.


나도 주부 경력 몇십 년에 손주들도 있는데, 우리 어머니는 아직도 나를 새 며느리처럼 못 미더워하신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금방 뽑은 쪽파를 눌러 담아주시면서, 마당 한쪽에 한 아름 다듬어 놓은 쪽파까지 덤으로 챙겨주신다.


그러면 그렇지, 아니나 다를까.

지난 밤늦도록 힘들게 다듬어 놓았던 걸 챙겨주시는 우리 어머니를 어떻게 말려야 할까.


오늘은 가만 보니까 쪽파를 주시려는 것은 두 번째고, 큰 아버님 제사에 대해 이런저런 말씀을 하고 싶으셨던던 것 같았다. 어머니는 오랫동안 큰 아버님의 제사를 손수 챙겨 오셨다. 요즘은 제사를 간소화하거나 지내지 않는 가구가 많은데, 우리 집에도 영향이 미쳤다.


특히 큰아버지 제사에 대해 이의제기가 많았던 것 같았다. 가족 몇몇이 어머니께 지속적으로 간소화하자고 마말씀을 드렸어도 소용이 없었다.


어머니는 몇 번을 망설였다고 말씀하셨다. 얼굴을 본 적은 없지만 후손 없이 6.25 전쟁터에서 불쌍하게 돌아가신 시숙님(나에겐 큰 아버님)이 너무 애틋하다고 하셨다. 제사를 꼭 지내고 싶다는 말씀도 아울러 하셨다. 그동안 어머니의 표정을 살피면, 큰 아버님 제사때 잔을 올릴 때마다 울컥하시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았었다


어머니 손잡고 말씀드렸다.

"어머니, 저는 언제나 어머니 편이니까 누가 뭐래도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모시면 돼요"

"제가 있잖아요! 맏며느리인 제가 모시겠다는데 누가 말린데?"

"어머니 계시는 동안 제가 꾸준히 모실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동안 우리 어머니는 큰 아버지 제사 지내는 것을 말리는 가족들이 서운하셨던 것 같다. 그제야 안심하시고 웃어 보이셨다. 꾹꾹 눌러 담아 주시는며 "쪽파를 언제 다 다듬을꼬.."


언제나 믿어 주시고 든든하게 생각해 주시는 우리 어머니께 감사할 뿐이다.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우리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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