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지만 즐겁지만은 않은 선물

뜨개 잘하는 요술쟁이 딸

by 마리혜


외손자 이랑이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챙겨서 작은 딸집으로 신나게 달려 갔습니다. 아파트 1층 주차장에서 만난 딸의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어요.


또 무언가 전해줄 모양으로 지그시 웃습니다. 쇼핑백 속에는 보드라운 털실로 짠, 앙증맞고 가벼운 목도리와 직접 만든 사과 조림이 담긴 병이 들어있었어요.


목도리를 걸어주면서 “엄마, 따뜻해?”하고 물어봅니다.

“우아아, 너무 따뜻해. 기절할 거 같애. 보들보들해서 이것만 해도 겨울날 거 같으다.”

좋았기도 했고, 맘껏 좋아하도록 과하게 표현해 주었어요. 그리곤 흐뭇해하는 작은딸의 표정을 살핍니다.


딸의 선물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계절에 맞는 색깔의 실로 옷, 숄, 목도리, 가방, 액세서리, 컵 받침, 수세미, 컵솔, 장바구니, 텀블러 주머니 등등 종류도 셀 수 없이 다양합니다.


딸의 0.7 시력이 늘 걱정인 엄마 마음을 알기나 한 건지, 그때마다 매번 말려도 듣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이들의 하교 시간을 맞춰서 실 관련 회사에 아르바이트하고 있습니다. 업무도 보고, 끈질기게 뜨개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솜씨가 좋은 작은딸은 조용하고 얼굴도 예뻐서 외모를 뽐내는 직업을 선택할 줄 알았습니다. 자라면서 전혀 그렇지 않고 예상이 빗나갔습니다. 혼자 꼼지락꼼지락하면서 요술쟁이처럼 손으로 하는 건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냅니다.


솜씨 좋은 딸이라고 해도 엄마인 저는 즐겁지만은 않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받은 시력 검사 결과에 충격받고 한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던 때가 있어서죠. 딸이 즐겁고 행복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눈을 피로하게 하는 작업은 말리고 싶습니다.


딸에게 고마워서 과하게 좋아했더니 아빠 목도리를 또 짤 모양입니다. 고맙지만, 너무 말리는 것도 미안해서 오렌지색으로 부탁했습니다. 화사한 손주 할아버지였으면 하는 마음에요.


딸이 엄마를 위해 정성껏 떠서 걸어준 목도리가 참 따뜻하네요. 고마워,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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