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방의 방식 (6)
나의 완전한 세계
어제 단열과 보온에 대해서 이야기했었죠? 이불은 가장 가까운 단열재입니다. 몸에 밀착되고, 감각을 따라 움직이며, 내 체온을 지켜주는 가장 개인적인 난방 방식이죠. 이불속은 작지만 완전한 세계입니다. 밖은 영하인데, 안은 봄날 같고... 세상과 단절된 듯하면서도, 가장 나다운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
이불은 내 몸 밖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나를 감싸주는 보호막 같죠. 하지만 그 따뜻함은 종종 건조하고, 은둔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움직이지 않게 되고, 세상과 단절된 채, 그 안에서만 머물게 되죠. 이불속에 너무 오래 있으면 몸은 무기력해지고, 마음은 움츠러들고, 세상은 점점 멀어집니다. 이불은 은둔의 시작이기도 하고, 회복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기술과 용기의 합의점... 그 사이, 그 경계에서 우리는 하루를 시작하거나, 하루를 마무리하죠.
몸 안에서 시작되는 온기
국밥은 다릅니다. 국밥은 내 몸 안을 따뜻하게 해 줍니다. (글쎄, 이걸 난방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요. 흐흐) 속을 데우고, 기운을 불어넣고, 어딘가 모르게 든든하게 만들어줍니다. 이불이 외부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난방이라면, 국밥은 내부로부터 나를 일으켜주는 난방입니다.
이불은 고립의 기술, 국밥은 회복의 기술. 이불은 '괜찮아, 쉬어도 돼'라고 말하고, 국밥은 '이제 기운내고 일어나,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합니다. 겨울엔 이불도 필요하고, 국밥도 필요합니다. 몸 밖의 온기와 몸 안의 온기가 서로를 보완하며 하루를 버티게 해 주니까요. 이불 뒤집어쓰고 국밥을 먹으면 금상첨화라고 할만하죠? 크크크
오늘은 기온이 낮더라도, 속을 데워주는 국밥 한 그릇으로 내 안의 온기를 채워보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