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권위주의 문화의 뿌리와 현상을 이해하고 변혁을 시도하기 위하여
04. 문화(군대문화)
우리는 인식을 못하고 살지만, 한국은 전쟁을 하다가 잠시 멈추고 있는 휴전 중인 국가이다. 물론 우리는 전쟁의 위협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만, 휴전 중인 상황으로 인해 대한민국 남자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야 한다.
잠시 논점을 벗어나 군대에 대한 나의 의견을 말하자면, 나는 의무 군복무는 ‘대한민국의 자원낭비’라고 생각한다. 나는 군대를 다녀왔지만, 만약 내가 아들이 있었다면, 나는 내 아들이 강제로 군대에 가야 하는 사회에 살지 않기를 바란다.
BTS가 문화적으로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그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정점의 시기에 군대에 가야만 한다. 많은 스포츠 선수들이 세계대회에서 금메달을 따서 군복무 면제를 받고자 고대하며, 심지어 그들의 팬들도 한 마음으로 군 면제를 위한 그들의 승부를 간절히 응원한다.
가수나 스포츠 선수만 20대 초반이 전성기 일까?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20대 초반이 가장 빛을 발휘할 수 있는 전성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지식적으로 경험이 축적되어 경륜에서 나오는 지혜가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20대가 전성기는 아니겠지만, 그 분야에서도 지식의 심연(깊이와 넓이)을 빠르게 확장할 수 있는 시기는 20대 초반이다.
우리의 신체와 두뇌가 가장 활발히 움직이는 peak의 시기에, 대한민국 남성들은 pause의 시간을 갖는다. 초등학교 6년, 중/고등학교 6년, 총 12년간 대입을 위해 칼을 갈듯이 갈아온 두뇌는 오랜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지금은 군 복무 기간이 줄었지만, 2년에 가까운 그 시간에,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무언가 더욱 생산적인 일을 한다면 결과적으로 한국의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물론 힘이 없어 굴복하고, 지배당한 우리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의 군사력은 매우 중요하며, 군대는 필요하다. 그러나 군사력이라는 것이 군인의 머릿수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시대는 진작에 지났고, 현대에서 군사력은 군사기술과 군사무기를 통해 키워야 한다. 그리고 군인의 수를 줄이고, 봉급을 올려서 정예병사를 보유하는 용병제로 가야 한다.
내가 군대를 반대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인데, 하나는 앞서 이야기한 기회비용 측면에서 국가 자원이 낭비되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문화적인 측면으로, 군대가 한국사회를 권위적으로 만드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다나까만 쓴다. 알겠나? “
“요 오? 미쳤나? 엎드려 뻗쳐!”
군대에 입대하여 훈련을 받는 첫 순간에 훈련병들이 듣는 말들이다. 한국 군대에서 하급자는 ‘다나까’만 써야 한다. 혹시나 ‘다나까’가 무엇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알려드리자면, 군대에서 문장의 마지막 글자는 ‘다’(평서문) 나 ‘까’(의문문)만 쓸 수 있다. 누군가 감히 ‘요’라는 말을 입에 담는 순간, 단체기합의 시간은 시작되며, 오랜 기간 동안 잊지 못할 쓰라린 기억을 저장하게 된다.
남들과는 달리 ROTC를 하고 대학을 졸업한 후에 군대를 다녀온 나는 제대한 이후에도 군기가 들어 있었다. 취업을 하여 한동안 윗분들에게 감히 ‘요’로 끝나는 문장은 말할 수 없었고, 그러다 보니 대화가 딱딱하고 부자연스럽게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도 윗분들에게는 “안녕하십니까”라고 인사드려야 마음이 편하지,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는 버릇이 없다고 느껴진다.
군대는 철저한 계급사회이다. 군대에서의 위계서열은 계급과 입대일로 정해진다. 군대에서만큼은 유일하게 나이가 중요하지 않다. 장교나 부사관이 아니라 일반 병사라고 하면, 계급은 입대일에 따라 정해지니, 결국 군대에서는 입대일에 따라 위계서열이 정해진다. 모든 이성과 그에 기초한 논리는 중요하지 않다. 군대에서 합리성은 충성(순종)에 의해 짓밟힌다.
군복에는 계급을 상징하는 마크가 항상 있으며, 굳이 군복을 입지 않더라도, 군인들의 머릿속에는 누가 누구보다 위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있다. 따라서 군복을 벗고 샤워장에 들어가도 계급에 따른 행동과 언어는 여전히 이어진다. 왜냐하면 군대에서 항명은 있을 수 없고, 위계서열을 어기는 순간, 인생의 쓰라린 경험을 맛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군을 제대한 이후에도 우리는 군대에서의 습성이 몸에 배어 있다. 여전히 상대방과 나의 위계서열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 군대에서의 ’입대일‘이 사회에서는 ‘출생일’과 ‘입사일’로 치환될 뿐이다.
군대 상사와 같은 회사 상사에게 말한다(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위아 낫 솔져스! 우리는 군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