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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 hate 세종대왕(#10) : 변화관리

한국 권위주의 문화의 뿌리와 현상을 이해하고 변혁을 시도하기 위하여

by 파포


변화는 쉽지 않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대체하는 것은 당연히 불편하고 어렵다. Progress는 어려운 것이다.


나는 양손 모두를 사용하여 밥을 먹을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나는 ‘오른손잡이’이다. 다만 고등학교 때, 오른손을 쓰면 좌뇌가 발달하고 왼손을 쓰면 우뇌가 발달한다는 말을 듣고, 일부로 왼손을 사용하여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매우 불편하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왼손으로도 오른손과 동일한 정도록 밥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 결과로 우뇌가 발달되었는가? 그건 잘 모르겠다. 다만 왼손 젓가락질을 배운 덕분에 축구를 하다가 다쳐서 오른손에 깁스를 하였을 때도 나는 불편하지 않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Uncomportable makes progress” 내가 우뇌를 발달시키고자 의도적으로 왼손을 사용한 것과는 달리, 대개의 진보는 불편함을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불편함의 정도와 불편함을 극복하는데 드는 어려움의 크기를 비교하여 불편함의 정도가 보다 크다면, 우리는 보다 빨리 불편함을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한국어의 계급성(높임말과 낮춘말)이 우리에게 주는 불편함은 어떠할까? 사실 우리는 많은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산다. 우리의 사고와 언어체계는 이미 수직적인 관계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내가 의도적으로 왼손 젓가락질을 연습한 것처럼 우리의 의지가 수반되어야만 변할 수 있다. 발전을 위한 의지, 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인위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1% better everyday for one year = 37 times better (1.01의 365 제곱승 = 37.38)



<Atomic habit>의 작가 James Clear는 그의 책에서 매일 1%씩 습관을 바꾸면 1년 후에는 37배가 나아진다고 하였다. 나는 그의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하지 않는다. 동의하는 것은 매일 조금씩 나아진다면, 현재의 상태가 변화될 수 있다는 점이며, 동의하지 않는 것은 그의 계산 공식이다.


현재는 누적 평균이다.

가령 현재 눈앞에 ‘1’이라는 숫자가 있다고 하면, 여기에 100 혹은 10000을 더해도 눈앞의 숫자가 여전히 ‘1’일 수도 있다. 그 이유는 현재의 1은 단순한 1이 아니라 매일 매일 1을 쌓아서 또는 0.9와 1.1등 1에 근접한 숫자들이 매일매일 쌓여서 누적평균이 된 1이기 때문이다. ‘1+0.9+1.1+1+0.8+1.2+1+………’의 평균인 것이다.


만일 당신이 30년을 살았고 매일 1이라는 숫자를 더해왔다면, 당신이 현재 1인 것은 10,950(365일*30년)을 평균하여 1이 된 것이다. 당신이 나타내는 현재의 1은 sum 값이 아니라 average 값이다. 따라서 오늘 추가로 100을 더한다고 하면 평균하여 1.009가 될 뿐이다. 그렇다면 누적평균 1을 2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정말 큰 숫자를 주입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더 큰 숫자를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방법이다. 10,950일 동안 1일 쌓아서 평균 1이 되었다면, 바로 10,950이라는 숫자를 한 번에 더하면 평균 2가 나올 수 있다. 혹은 앞으로의 30년 동안 3이라는 숫자를 매일 더하면, 60살이 되었을 때 평균 2가 나올 수 있다.


한 번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impact 방식과 매일매일 조금씩 바뀌는 steady 방식 중에 한국 문화를 바꾸러면 어떠한 방식을 선택해야 할까? 나는 두 가지 방식 모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불치병, 높아지려는 마음


2천년 전 예수의 제자들이 예수께 물었다.

“천국에서는 누가 큽니까?”

예수께서는 어린아이를 앞에 세우고 말했다.

“누구든지 이 어린아이와 같이 자기를 낮추는 이가 천국에서 큰 자다.“


‘높아지려는 마음’은 시대와 공간, 노소를 초월하는 인간의 불치병이지만, 증상과 경중은 다르다. 한국에서 ‘높아지려는 마음’이라는 병은 매우 심각한 단계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병을 치료하는 첫걸음은 병이 걸렸다는 것을 올바로 인지하는 것부터이다. 많은 사회적 병폐가 이 병으로 인해, 혹은 이 병과의 합병증으로 인해 발생하며, 우리가 이 병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이 병은 불치병 중 하나로 완치는 안되어도 악화되는 것을 예방하고 증상을 완화시킬 수는 있다.


이는 사상(보편적인 인간존중의 사상, 남을 섬기려는 마음)과 제도(한국어의 높임말 요소제거, 불평등한 제도 폐지), 그리고 지속적인 실천(품격 있는 언어 사용 등)이라는 처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백범 김구 자서전

김구는 <백범일지> 말미 ‘나의 소원’ 글에서 문화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우리의 부력(경제력)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군사력)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나의 소원은 백범 김구 선생과 같다. 우리는 작은 나라이고, 지연유산도 풍부하지 않은 나라이다. 우리나라는 ‘사람’이 곧 자원인 나라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평화롭고, 따뜻한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한 많은 역사를 지나온 우리나라가, 세상 어느 나라보다 행복한 나라가 되어, 외국인들도 행복을 배우러 찾아오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한다. 진정한 ‘동방예의지국’, ‘동방행복지국’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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