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사회 현상들 : 에피소드 스토리
에리크 쉬라데주는 LG전자 최초의 외국인 임원이었으나, 퇴사 몇 년후 <한국인은 미쳤다!>라는 책을 썼다.
우선 책에서 나온 몇 가지 문장을 옮겨본다.
“도시바에서 회사를 떠나 엘지에 입사할 계획임을 알리자 모두들 나를 말리기 시작했다. 자기들은 그렇게 편협한 군대식 사고방식을 가진 무식한 사람들, 섬세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촌놈들, 모든 상황을 통제하려는 사람들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식이었다.“
“한국인은 어릴 때부터 정확성에 대해 습득한다. 한글의 기본 자음 열네 자는 작은 선 하나만 더 그어도 다양한 의미를 만들어 낸다. 그래서 읽고 쓸 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문장 전체의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정확성에 대한 주의는 삶 전체에 적용된다. 사소한 디테일도 의미가 있기 때문에 무시하지 않는다.”
“엘지의 진짜 아킬레스 건은, 매우 강제적인 경영 방식이나 도덕주의보다 서열의 무게가 전체적인 기업 운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에리크 쉬라데주 전임 LG전자 프랑스 법인장은 LG전자에서 10년의 시간을 바쳤으나, 쫓겨나다시피 회사를 나가게 되었다.
에리크 쉬르데주와 같이 한국인, 일본인 모두와 함께 일해본 외국인들은 우리가 그렇게 욕하는 일본인들보다 한국인들을 더 욕한다.
우리는 스스로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외국인의 눈에 우리는 ‘어글리 코리안’, ‘크래이지 코리안’이다.
이것이 백범일지 말미에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라고 말했던 김구 선생의 꿈인가?
한국인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자 하지 않으며, 높음과 낮음의 잣대로 인간관계를 맺고, 의사결정을 한다.
평등과 이성에 기초한 합리적인 토론의 결과물은 높은 사람의 말 한마디에 의해 단칼에 부정 당하고, 높은 사람의 지시에 따라, 자신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밤낮없이 일한다.
우리는 높낮이를 매우 빨리 파악하고, 높낮이에 따라 상대방을 다르게 대우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높은 곳에 있는 사람이 되고자 기를 쓰며 살아간다.
밟히지 않기 위해 높이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은 주변인은 물론 본인도 불행하게 한다.
수직사회에서 억눌린 한국인의 감정은 폭언과 폭주로 표출된다.
에리크 쉬르데주와 같은 사람들, 한국인을 상사로 모시고 일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을 혐오하고 있다.
해외의 사업장에서 외국인들을 무시하고 혹사시키며 우쭐거리는 모습은 우리가 그렇게 증오하는 일본 제국주의 점령군과 무엇이 다른가?
(물론 정도에 있어서 많이 다르다. 당시의 일본인들은 너무 했다. 다만 비슷한 부류에 속한다는 말이다.)
나는 중국에서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중국인 직원들을 대놓고 무시하는 한국인들을 많이 보았다. 아니, 오히려 중국인들을 무시하지 않는 한국인들을 보기는 매우 어렵다. 도대체 무엇이 그렇게 잘 났단 말인가?
한국 기업 해외법인/지사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중에 한국인을 좋아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인 상사는 현지사원을 동료로 보지 않는다. 현지사원은 감독하고 관리해야 할 부하일 뿐이다.
중국에서 인사 책임 주재원으로 근무하며, 주재원들이 중국인들을 험담하고 욕하는 모습을 무수히 목격하였다. 그리고 중국인 직원들이 익명의 메일로 CEO에게 한국인들에 대한 불만과 그들의 죄상을 폭로하는 메일을 보내는 일도 많다.
중국인들의 혐한감정은 정치 영역 만의 문제가 아니다. 2016년 사드배치 문제로 한중 관계가 악화되었고, 중국에 있는 한국인들은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다. 물론 정치 문제도 있다. 그러나 중국인들에게 우리는 좋은 이웃이었는가? 사회관계 속에서 우리는 좋은 동료였는가? 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을까?
1992년 한중수교를 하고 10년 후인 2002년에 나는 북경에서 거주하며 어학연수를 했었다. 당시에 한인 유학생들이 많았던 우다코우 사거리 한복판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칼부림 사건이 있었다. 한동안 무서워서 그 거리를 지나가지 못했었다. 원한관계에 의한 것인지, 묻지 마 살인인지…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왜 하필 한국인을 대상으로 칼부림을 하였을까?
우월의식을 버려야 한다. 상하관계가 아닌 수평관계, 기본적인 인간존중에 기반을 둔 관계맺음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는 동방예의지국의 국민이 될 수 있다.
<why I hate 세종대왕>을 쓰기로 마음먹으면서, 한국사회의 수직적인 문화로 인한 현상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우선, 한국사회를 경험한 외국인의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바라본 책이 있어서 소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