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세일링을 사랑하는 여자
팔순 원정대 여행에서 좋았던 것 중에 하나는 온 가족이 할 일 없이 보내는 소소한 일상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어떠한 일도 하지 않고, 슬슬 걸어 나가서 바닷가에 철퍼덕 앉아 바다 한번 바라보고, 시답잖은 농담을 던진다. 그러면 옆에 있던 누군가가 맞장구를 쳐주며 인사를 한다. 정 여사는 사위가 끌어주는 워터 베드에 누워 신나 했고, 언니와 형부는 떨어진 코코넛을 깨보겠다고 던지며 웃고, 아이들은 장난으로 시작한 물 발길질에 온몸을 바다에 담그고 온다. 누구는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누구는 앉아서 망고 주스를 마신다. 이 반장님은 역시나 혼자 바닷가를 한 바퀴 돌고 오셨다. 더할 나위 없이 한가해서 평화롭다는 게 이런 건가 보다 싶었다.
그 한가롭고 평화로운 마음을 하늘에서도 느낄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파라세일링 체험이었다.
파라세일링은 작은 배를 타고 깊은 바다 한가운데로 나가, 모터보트에 연결된 낙하산을 타고 하늘을 나는 액티비티이다. 보라카이를 대표하는 액티비중에 하나이다. 낙하산이 보통 150m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처음에는 무서움에 긴장하게 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상공에 도달하면, 고요한 하늘을 마주하게 된다. 새애앵 하는 바람 소리를 느끼며 바다를 바라보면,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또, 흔들리는 낙하산이 살랑살랑하며 바람이 잦아드는 포인트가 오는데, 그때는 저 멀리 하늘을 바라봐야 한다. 그러면 하늘을 나는 새처럼 높은 하늘에 아무도 없이 나 혼자만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 속 CG의 한 장면 같다.
또, 고요함에 집중하다 보면, 이 넓은 하늘에서 나는 아주 작은 존재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생각을 하다 보면 내가 하는 고민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모든 것을 잊고 지금 이 순간에만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모든 순간에 감사하게 된다.
나는 팔순 원정대에게 이 특별한 경험을 꼭 하게 해주고 싶었다. 다만, 이 반장님과 정 여사님은 고령이셔서 함께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야기로 듣고, 동영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을 느끼셨는지, 즐거워하셨다. 다른 가족들은 하늘을 나는 기분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몇 명은 무서워했지만, 모두들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특별한 경험을 공유하게 된 것이 무엇보다 감사했다. 팔순 원정대 여행에서 가장 감사한 지점이 바로 그 지점이다. 함께 공유한 경험과 추억 말이다.
그러고 보니, 처음 파라세일링 체험했을 때가 생각난다. 하늘 위에 올라 남편의 손을 꼭 잡았었다. 남편은 무서워할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바람이 거세져 낙하산이 위잉 위잉 하면서 힘차게 움직였다. 놀란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여보! 근데 낙하산 떨어지면 어떻게 해?"
"걱정 마! 떨어진 적 한 번도 없데 페르난도(현지 여행 가이드)가 그랬어! 그리고 구명조끼 입고 있으니깐 괜찮아~"
남편의 말을 듣고 안도했고, 신기한 경험에 신이 나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10분간의 짧은 비행이 끝나고 보트에 도착한 순간, 남편이 조용히 귓속말을 했다.
"여보! 사실은 떨어진 사람 있었데. 무서워할까 봐 말 못 했어! 나 긴장해서 줄을 진짜 꽉 잡고 있었는데, 당신이 너무 좋아해서 말할 수 없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