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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정의 3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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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파국으로 치달을 걸 알지만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큰소리치긴 했지만 막상 얼굴 앞으로 다가서니 눈도 뜨기 쉽지 않다


불타오른다

불은 모든 걸 태우지만

타오르는 모습만 보아하면

한 편의 작품이나 다름없다


그 속에 무엇이 어떻게 타오르는 건 볼 수 없다

다가가기엔 너무 뜨거워서

지쳐 마지막 불이 남은 숨을 내뱉을 때

그제야 온기 약간 남은 잔재를 확인할 수 있다


궁금하여 만져보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바스러졌다


유연히 뭉쳐서

단단하게 굳어지고

누가 볼세라 빠르게 달아오르고

열을 다한 것들은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조각이 되어

가루가 되고 잘게, 더 잘게


정말,

가야 할 때를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겠지만

그 끝이 두려워 시작하지 않는 것은


태어나 죽음이 두려워 태어나지 않는 것


존재는 언제나 의미에 선행하기에


시작이라는 존재로 그 과정에 적당한 의미를, 잔재를 남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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