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ve to earth - Light
지쳐서 눈물이 펑펑 쏟아져 내릴 때까지 골방에 틀어박혀서 글만 주야장천 써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입니다. 결국엔 글쓰기를 사랑하는 게 맞다고 결론 지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이란 욕구와 욕망의 어느 부분을 담고 있겠지만, 저마다 다른 소중함을 자랑하는 특징들을 포괄하기에 비로소 제게 고귀한 것으로 다가올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어언 이곳에 88개의 글을 남긴 지도 1년 하고도 4개월이 되어갑니다. 다음 주 토요일에는 90번째 글을 써 내려갈 것입니다. 글을 쓸 때 마냥 행복하지도 않고 좋아서 죽어버릴 것 같지도 않습니다. 때론 마음처럼 써내려 가지지 않는 글에, 불현듯 잘만 스쳐가던 글감들이 어느 쪽으로 머리를 돌려봐도 보이지 않을 때, 두렵기도 하고 이 길이 제 것이 맞나라는 우려가 섞인 깊은 웅덩이에 몸이 빠져들어갑니다. 그럼에도, 저는 글쓰기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는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고, 며칠간은 그렇다 할 창작 활동을 안 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멈출 수 없습니다. 멀어지는가 싶다가도, 다시 펜을 잡고 다시 자판 위에 손을 올리고, 글을 써 내려갑니다. 글쓰기 자체를 통해서 얻는 것, 글쓰기를 위해 생각하며 얻는 것, 써내려 온 글을 보며 얻는 것, 제 글을 남들과 공유하며 얻는 것. 그 모든 순간이 돌아보면 사랑이었습니다.
여러분, 무엇이 어떻게 될까 봐 두려워 피하지 맙시다. 무엇이 어떻게 돼도 괜찮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안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렇게 되어도... 괜찮습니다. 책임질 수 없어도 됩니다, 감당하지 못해도 됩니다, 잠시 쥐 죽은 듯이 사라져도 됩니다. 어차피 여러분들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는 걸. 만에 하나 좀 내버려 두면 어떻습니까, 다시 주워 담으면 됩니다.
우리의 앞날은 너무나도 눈부시고 반짝여서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 거리를 산책하다, 주인과 함께 행복하게 산책하는 강아지를 보고 행복을 느껴, 그 기분을 살려 해 질 녘 카페로 소일거리들을 챙겨 떠난 당신이, 그곳에서 우연히 알고 있던 사람을 마주치고, 아는 척은 안 했지만 그 사람이 다가와 어색하게 말을 걸고, 저녁을 아직 먹지 못한 당신과 함께 저녁을 먹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오랜만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기분 좋게 귀가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이쯤에서 제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제 생일이었습니다. 작년도 많은 축하를 받았지만, 유난히 올해는 더 많은 축하를 받았습니다. 단순히 엮여있는 사람들이 더 많아져서 그렇습니다.
진한 축하를 받을 만큼 충분히 깊지 못했던 관계는 좀 더 깊어졌고, 알지도 못하던 사람들을 알게 되어 작은 축하도 받았습니다. 어찌 기분이 안 좋을 수가 있겠습니까. 더 행복해지고 싶었습니다. 행복해서 죽어버릴 정도로 행복하고 싶었습니다. 꽤 근접하게 달성한 것 같아서 지금 글을 편안하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다음 주 금요일에도 다다음주 토요일에도 1박 2일로 떠나는 것이라서, 절대적으로 공부를 해야 합니다. 공부하는 시간이 적어서 스스로한테 화가 나거나 짜증 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무던한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흔히들 추구미 얘기를 많이 합니다. 저는 올해 파닥거리지 않는 것이 목표입니다. 무엇 하나에 파르르, 파르르, 흔들리지 않겠습니다. 무언가 일어나면, 그런가 보다 하고 해결하겠습니다. 무언가 잘 안되면, 눈물 조금 쏟아주고 슬픈 미소 한 번 지어준 뒤 잠에 들어 조용히 하루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원체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즐기는 편이 아니라서, 지향점이 올해는 추구미로 자리 잡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의 의미가 좋아서, 깔끔하게 정리된 문단이 예뻐서, 현학적인 표현이 멋져서, 난잡해 보이는 글의 구성이 나름대로 느낌이 있어서, 숨김없이 드러낸 감정이 투명하게 드러나서, 언제나 저는 아무렴 어떠한가라는 그런 생각으로 글을 써 내려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