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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유학은 모두에게 좋은가

각자의 상황에 맞는 선택을 하자

by 잔박

20여 년 전 필자가 대학교에 다닐 때 학교 신문에서 대학원 유학에 대해 다룬 적 있었다. 두 명의 인터뷰를 연달아 실었었는데, 한 명은 “여전히 대학원 유학을 가는 것이 좋다”라고 했고, 다른 한 명은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된다 “고 주장했었다. 보다 정확히 어느 수준 미만 학교는 갈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고 보니 필자의 친구들 중에서 대학원이나 학부 유학을 간 친구가 있었지만, 국내 대학원에 진학한 친구들이 더 많았다. 필자도 유학을 조금 생각해 봤지만, 여러 문제들을 고려해서 자대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었다.


대학원 유학을 떠나야 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무래도 두 가지 요소가 중요한 것 같다. 학벌과 우수한 연구 경험. 필자도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 영미권에서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했는데, 그때 미국과 한국의 연구 수준, 특히 연구 시설에서 격차가 꽤 있음을 깨달았다. 이것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면 유학을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대학원 유학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유학 갈 수 있는 대학이 반드시 한국의 대학들보다 학벌이 더 좋은 대학이지는 않다. 20세기 중후반이야 한국 대학들이 자리 잡기 전이었으니 대부분의 대학들이 한국보다 좋았지만, 지금은 한국 대학들의 위상이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해외 기관에서 내놓는 랭킹만 해도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아졌다. 한국 대학들보다 더 좋은 대학을 갈 수 있다면 가도 좋다. 하지만, 그런 학교들에 갈 수 없다면 왜 유학을 가고 싶은지 스스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해외 생활은 만만하지 않다. 필자는 20대 후반에 박사 후 연구원으로 나갔는데, 한국에서의 생활이 너무 그리워서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말도 안 통하고, 한국에서처럼 친구들이나 가족들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것도 한두 번이지, 매번 도와달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생활력이 강한 사람이라면 괜찮지만, 요리도 못해서 대충 먹고살면 몸도 망가지기 십상이다.


셋째, 한국에서 대학원을 다녔을 때 장점도 있다. 한국에서야 서울, 대전, 포항, 어디를 가든 금방 적응할 수 있다. 연구실 사람들이랑 말이 안 통하는 일도 없고, 요새는 교수님들에 대해 알아보기도 너무 편리해졌다. 학회에서 발표 열심히 하고 명함도 많이 돌렸다면, 직장을 구할 때 대학이나 연구소, 산업체에 이름을 어느 정도 알려놨을 것이다. 대학원 연구실 선후배들에게 간접적인 도움을 구하는 일도 종종 있을 것이다. 자기소개서나 발표 자료를 봐주는 일은 꽤 흔하고, 사람을 소개해주는 일도 잦다.


그래서 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이공계 후배들에게 조언해주고 싶다. 한국의 대학보다 좋은 대학에 가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공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라. 그런데 자기 자신을 돌이켜봤을 때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 한국에서 최대한 본인이 연구를 잘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연구를 하자. 해외 경험은 박사 후 연구원 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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