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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May 14. 2024

이우위직 ; 직진 말고 돌아가는 지혜

사자성어로 돌아본 직장 20년, 앞으로 20년

이우위직 (以䢓爲直)


우회함으로써 직행하는 것과 같다
 ※  <손자병법> '군장편' 돌아감으로써 곧장 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거두는 전략을 말한다.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때론 먼 길을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우위직. 의도적으로 길을 돌아감으로써 상대가 유리하듯 안심시키고, 늦게 출발하지만 먼저 도달하는 결과를 이끄는 전략이다. "빨리빨리"를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는 대한민국의 일꾼에게는 어려운 전략이다.


  입사 동기 두 일꾼이 있다. 20년이 흘러 신 책임은 장수 일꾼 또는 꼰대 일꾼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고, 정 책임은 스타 일꾼이 눈 앞이다. 둘 다 열심히 일했건만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신 책임은 지난날을 돌아본다.


 신 책임과 정 책임은 첫 근무지는 지방 사무소였다. 신 책임은 임원이 되는 것이 꿈이었기에 재빠르게 일하였고, 더 빛나 보이는 일에 집중하였다. 덕분에 3년 뒤 본사로 발령을 받아 팀장, 실장, 본부장님의 주요 업무를 도맡으며 우수사원, 특진, 최연소 팀장을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듯한 그를 동료들은 부러워했다. 성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 일이나 어려운 일은 피하며 높은 성과로 승승장구하였다. 자신감에 차 있었고 최연소 임원도 눈앞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대적인 조직 개편 후 새로운 본부장과의 마찰로 보직을 내려놓고 평사원으로 조용히 지내고 있다.


  한 편 정 책임은 눈에 띄지 않았다.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신생 팀으로 부서 이동을 했다. 4년 후 그 팀은 실적 부진으로 인원을 줄였고 정 책임은 해외법인 주재원을 간다. 귀임 후에는 경영기획팀에서 일한다. 어느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험지만 다닌 듯하던 그가 뒤늦게 팀장을 맡더니 새로운 본부장이 실장으로 발탁한다.  어려운 일에 시달리며 빛을 보지 못해 늘 자신의 뒤에 멀찌감치 서 있던 정 책임이 이제는 앞서가고 있다.


  이우위직. 정 책임은 알고 있었던 것일까? 때론 돌아가는 것이 직진보다 먼저 도착하는 지혜로운 전략임을. 정 책임은 남들이 기피하는 업무를 착실히 수행하며 실력을 쌓아왔다. 현장, 운영, 영업, 전략 부서를 두루 거치며 넓은 인맥도 부수적으로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신 책임은 보기 좋은 먹잇감만 찾아다닌 탓에 업무를 포장하는 것에는 능수능란하지만 스스로 헤쳐나가는 것은 서툴다. 주변을 살피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린 탓에 우호적인 동료보다는 탐탁지 않아 하는 동료가 더 많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다 공사 중 표지판을 만난 듯하다.


 이환위리 (以患爲利)


  해로운 것으로써 이로운 것을 만든다

  

  멀리 돌아가는 비포장도로가 더 빨리 도착하는 길이 될 수 있다. 비포장도로를 천천히 달리며 주변 경관을 즐길 수 있다. 굽이굽이 험한 길에서 동반자를 만나기도 한다. 반듯이 길만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고급 스포츠가 보다 승차감은 나쁘지만 울퉁불퉁 길을 달릴 수 있는 트럭이 일꾼에게는 더 유용할 수 있다.


[이우위직_직장인 해설]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가?
 남보다 빨리 성취하고 싶은가?
 뒤처져 있어 마음이 초조한가?


  빨리 달린다고 반드시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곧게 뻗은 고속도로가 굽이진 일반도로보다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다.

  

  때론 돌아가는 용기가 필요하다.

  때론 돌아가는 여유가 필요하다.

  때론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충분히 내공을 쌓지 않은 채 앞만 보고 달린다면 넘어져 다친다. 지쳐 쓰러진다. 자신의 속도록 걷으며 주위를 둘러보고, 힘들면 쉬어가고,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며 나아갈 때 진정한 삶의 도착지에 먼저 도착하고는 한다.

  앞서가고 있다면 한 박자 쉬고 달리고 있는 길을 점검해 보라.

  뒤처져 있다면 초조해 말고 가던 길을 가라. 누가 먼저 도착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우위직. 직진만이 길이 아니다

 이환위리. 나쁜 것이 이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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