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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May 21. 2024

감탄고토 ; 달면 뱉고 쓰면 삼키는 용기

사자성어로 돌아본 직장 20년, 앞으로 20년

감탄고토 (甘呑苦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 자신의 비위에 따라서 사리의 옮고 그름을 판단함을 이르는 말


  감탄고토. 인간은 본능적으로 달달한 맛을 좋아한다. 영양가 많은 열매와 뿌리는 달콤하고, 해로운 것은 쓴 맛이 나는 것이 오랜 세월 인류의 유전자에 녹아있다. 일꾼도 달콤함을 추구한다. 같은 급여라면 손쉬운 일을 선택한다. 이왕이면 폼나는 일을 희망한다. 전략, 기획, 스마트, 글로벌, 혁신, 솔루션이 들어간 부서 선호도가 높다. 일은 고되고 성과는 불투명한 신규 프로젝트는 당연히 일꾼 기피대상 1호이다.


  지금 당장의 생존을 위해 감탄고토는 본능이자 훌륭한 전략이지만, 일꾼의 기나긴 여정에서도 유효할까?  일꾼은 하루살이가 아니다.


일꾼을 위한 맛?
달콤한 사탕
화끈한 불닭
쓰디쓴 산삼


  신 책임은 기민하고 똑똑한 일꾼이다. 이해력과 판단력이 뛰어나 순간적으로 될 일과 안 될 일,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을 재빠르게 알아차린다. 이 재능을 백분 활용하여 현장에서 본사 사업지원팀으로 부서이동 후 기획팀, 전략팀, 사업관리팀에서 근무하였다. 특진과 최연소 팀장으로 발탁되며 꽃길을 사뿐히 사뿐히 걸었지만, 이제는 보직없이 꼰대 일꾼으로 살아가고 있다. 관리 업무를 수행하며 실무 영업, 운영을 하지 않아 혼자서 헤쳐나가는 능력은 잃어버린지 오래다. 포장된 고속도로가 끝나 길을 헤매고 있지만 스스로 길을 개척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현 책임은 주어진 일을 피하지 않고 맞이하였다.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영업팀, 신 사업팀, 인도 주재원을 거쳐 글로벌사업개발실장이 되었다. 실장이 되기까지 험난한 시간들이었다. 신 책임이 사건사고 없이 지내며 특진을 했던 반면 현 책임은 신 사업 철수, 주재원 시절 사건 사고로 고군분투하였으나, 진급에서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현 책임은 산전수전 겪으며 스스로 일을 만들고 실시하는 능력, 헤쳐 가나는 내공을 착실히 쌓아왔다. 스타 일꾼으로의 길을 걷고 있지만, 회사를 떠나는 새로운 출발도 두렵지 않다.


지금 달달할 것인가?
내일 달달할 것인가?


  일꾼에게 지금의 달달함도 소중하다. 행복하려고 일을 하는 것이다. 여유 있는 삶을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다. 아프고 불행하려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달달함만을 추구하다 보면 쓰디쓴 인생을 맞이할 수도 있다.

  단맛만을 즐기다 성인병으로 고생한다. 때론 쓰디쓴 칡즙도 먹고, 신선한 샐러드도 먹어야 한다. 하얀 쌀밥도 좋지만, 건강을 위해 현미밥도 먹어야 한다.


[감탄고토_직장인 해설]

  사람좋은 상사가 좋은가?
  편안한 보직을 원하는가?
  신규 프로젝트는 피하는가?
  현장, 운영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일꾼에게 달달함은 필요하다. 힘든 일만 계속 이어진다면 일꾼의 생명력은 고갈된다.

  일꾼에게 쓴맛은 필요악이다. 쉬운 일만 하다 보면 도태되어 필요 없는 일꾼이 된다. 특히나 회사와 이별해야 되는 순간이 왔을 때 험난한 일을 헤쳐나갔던 일꾼은 당당히 새로운 출발을 맞이할 수 있다.


  달달함으로 에너지를 채우고, 쓰디씀으로 단련하여 오래 버티는 일꾼, 지속성장하는 일꾼이 되기를 다짐해 본다. 때론 편안한 고속도로가 아닌 우회도로, 비포장 도로를 달리며 인생의 폭을 넓혀간다. 지금 쓰디쓴 터널을 지나고 있다면 더 큰 일을 하기 위해, 더 잘 되기 위해 성장하는 시간이라 여긴다.


어두운 터널을 걸으며 쓰디쓴 인생의 맛을 느끼고 있는 일꾼에게 달달함을 넘어 달콤함 가득한 내일이 오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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