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 취하다 Oct 02. 2024

끝 ; 출근 詩, poem 3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끝은 있다


언제 끝나려나

끝이 있으려나


끝없이 수신되던 메일

끝없이 울려되던 전화

끝없이 알리던 대화창

끝없이 내려오던 지시

끝없이 이어지던 회의


저 놈 누가 안잡아다가나

저 일꾼은 지치지도 않나


끝없이 참견하던 꼰대 일꾼

끝없이 도망치던 얌체 일꾼

끝없이 침묵하던 장수 일꾼

끝없이 질주하던 숙련 일꾼

끝없이 호통치던 스타 일꾼


끝나질 않더니

끝이 다가온다

그끝이 보인다


끝없이 밀려오는

미련을 뒤로한채

반갑게 맞이한다.


나의 삶은 끝없이 이어지기에

나의 꿈은 끝없이 계속되기에


  "이 놈의 회의는 언제 끝나는 거야"
  "저 놈 누가 안 잡아가나?"

  일꾼으로 살아가며 그 끝을 기다린다. 일하러 온 건지 회의하러 온 건지 끝없이 이어지는 회의에 진이 빠진다. 회의하는 동안 메일은 끝없이 수신되고 , 메신저 창은 쉼 없이 깜빡인다. 끝없는 일에 치여 그 끝을 바랐건만 회사와의 이별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끝없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 끝에 미련과 아쉬움이 가득 채워지고 있는 듯하다. 그 끝에 쌓여가는 회한을 흩트린다. 그 끝은 회사와의 이별일 뿐 나의 삶은 계속될 것이기에 그 끝을 두 팔 벌려 환영할 수 있기를. 보이지 않는 그 끝이 희미하게 보이던 순간 몰려오던 두려움. 어느 순간 속도 높여 성큼성큼 가까워질 때의 당혹감을 덤덤히 받아 들 수 있기를.

  두고 보자 다짐했건만 떠나간 밉고 밉던 얌체, 꼰대, 장수, 스타 일꾼이 그리워진다. 출근 길, 출근 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