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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 취하다 Sep 11. 2024

덜 ; 출근 詩, poem 3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앞만 보고 달리다

덜썩 주저앉았다

덜컥 겁이 몰려온다.

지금껏 무얼 한거지?


할걸

조금


일도

화도

욕심도

짜증도

소리도

미움도

미련도


하지 못함보다

넘침이 아쉽다


근무시간 10분

회의시간 10분

잡담시간 10분

밥 한 숟갈

커피 한 잔


일꾼 한 줌 덜어낸다

부모 한 줌 덜어낸다

자식 한 줌 덜어낸다

동료 한 줌 덜어낸다


 해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 가득하다. 일꾼으로서, 부모로서, 배우자로서, 자식으로서, 동료로서 해야 할 일들이 나를 몰아붙인다. 더 빨리, 더 열심히, 더 많이 하라고 주문이 밀려드는 듯하다. 밀려드는 주문에 덜커덩덜커덩 움직이다 결국 덜썩쿵 주저앉는다. 내가 행복해야 함께하는 사람과 행복할 수 있다. 부쩍 신경이 날카롭고 화를 쉽게 내었던 날들을 생각한다. 무언가를 더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압박감 때문이었음을 깨닫는다.

  출근 길. 나를 둘러싼 책임과 압박을 하나씩 덜어낸다. 하나라도 더 해내는 하루가 아닌, 나를 위해 한 가지 덜 하는 하루를 시작한다. 10분 덜 일하고 10분 더 산책하기. 커피 한 잔 덜 마시고 생수 마시기. 휴대폰 10분 덜 보고, 책 10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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