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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두다 ; 출근 詩, poem 5

출근길 시 한 편, 출근 시

by 심 취하다

신입 일꾼

조급한 마음을 그만두다

'천천히 적응해 나가길'


열정 일꾼

일에 대한 집착 그만두다

'너의 삶도 돌아보길'


숙련 일꾼

업무 자부심 그만두다

'자만심에서 벗어나길'


꼰대 일꾼

과거의 굴레 그만두다

'현재를 바라보길'


얌체 일꾼

눈치 핑계를 그만두다

'함께하고픈 동반자 되길'


스타 일꾼

초조함을 그만두다

'이 또한 지나가리'


한 해가 훌쩍 지나간다. 12월 연말이 눈앞에 다가온다. 일꾼의 일상은 변함이 없는 듯하지만 마음이 복잡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만의 고민과 기대, 실망의 감정들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임원 발령, 조직 개편, 보직 발령, 승진 발표를 앞두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마음이 흔들린다. 이미 스무 번의 연말을 경험한 20년차 장수 일꾼에게도 연말은 마음을 다스리기 힘든 시기이다

소곤소곤, 회사에 소문들이 떠돈다. 기다리면 며칠 뒤 공지가 되지만, 일꾼은 삼삼오오 모여 '그렇다더라' 뉴스를 공유하며 마음을 달랜다.

귀를 닫는다. 기대를 그만둔다. 집착을 그만둔다. 미련을 그만둔다. 실망을 그만둔다. 때가 되면 발표를 한다. 미리 결과를 듣는다고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 결정된 결과는 변함이 없을 테니. 실망스럽건 기대에 충족하건 그 또한 지나간다. 당시에는 세상을 다 가진 듯, 세상을 다 잃은 듯하였지만 시간은 흘러 20년차 일꾼이 되어 있다. 회사에 대한 집착을 그만두고, 나에게로 다가간다. 출근 길. 출근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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