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체의 위치 변화를 뜻하는 변위를 변화가 일어난 시간 간격을 나눈 값
'인생의 속도'는 나에게 오류 같은 말이다. 속도는 물체의 위치 변화가 얼마나 빠르고 느렸는지를 가늠하는 단어인데, 물체도 아닌 인생과 함께 있으니 참으로 모순된다. 뜻을 그대로 적용하고자 한 의도가 아니며, 비유의 표현이란 것도 안다. 과연 적절한 비유인지 비교를 위해 붙여진 단어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통용되는 표현에 비한다면, 나는 느린 속도로 인생을 산다. 그때는 부끄러웠지만, 지나고 보면 별것 아닌 일들이 느렸다. 유치가 빠지고 영구치가 나고 자라는 속도가 늦었다. 양손이 따로 놀아야 하는 일에는 형편없어서 타자 속도 52타가 내 최대 속도였고, 단어보다 마침표와 글씨의 형태를 먼저 보는 탓에 책 한 권을 읽는데 꽤 오랜 기간이 걸렸다.
그렇게 얻은 내 영구치는 충치 하나 없이 제 기능을 톡톡히 한다. 에세이의 글을 말의 속도로 적을 수 있을 만큼의 타자를 할 수 있다. 너무 어렵지 않고 양이 보통인 책은 2주면 읽어낼 수 있다. 느리게 시작했던 일들이 정상 궤도에 오른 것이다. 어떤 부분은 되려 다른 이보다 빠를 수 있을 것이다. 느린 속도가 계속 느리란 법도, 빠른 속도가 계속 유지된다는 법도 없다. 물체도 그렇지만 인생도 똑같다.
그러니 인생의 속도를 두고 재는 일은 누구에게나 좋을 게 없다. 속도라는 말을 붙이니 저절로 빠르고 느림을 비교하게 되는 것이다. 느린 사람은 조급해하고 때때로 속도를 핑계로 포기하는 일도 더러 있다. 빠른 사람은 붙잡히는 순간을 경계하며, 무리한 속도를 낸다. 이러면 '속도의 인생'이 된다.
인생에 속도는 중요치 않다 말하고 싶다. 크게 관심을 둘 부분도 아니다. 멈추라는 소리가 아니다. 변화하려는 마음은 간직하되, 시간으로 비하지 말자는 이야기다. 스스로의 기준으로 걸어야 한다. 속도는 아무래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