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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파랑새 Apr 08. 2023

독립적인 재난참사 조사

참사 교훈과 안전사회(12) : 재난 참사 조사기구 설립의 필요

우리 사회는 크고 작은 재난들을 겪는다. 자연재난도 있고, 사회적 재난도 있다. 기후위기로 자연재난도 빈번해지고 있다. 사회재난도 상식을 초월해서 발생한다. 수학여행을 가는 배가 침몰하고, 가정에서 사용하는 소비자제품이 사람을 죽이는 제품으로 둔갑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알 수 없는 재난이 다가오고 있다. 압축 성장을 거듭해 온 우리 사회는 전근대적 형태의 사고도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안전사회는 재난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동전의 양면처럼 사고 예방과 사후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참사나 가습기살균제참사와 같은 재난 참사의 원인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이 마땅하다. 여러 이유로 사고의 원인 규명이 미흡하다면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원인을 규명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이하 사참위)는 세월호참사와 가습기살균제참사를 다루는 특별조사기구이다. 사참위는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하 사참위법)에 근거하여 설치되었다. 조사기간은 1년이었고, 1년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초 법에서 정한 조사기간은 총 2년이었지만, 2020년 12월 22일 국회에서 법을 개정하여 1년 6개월을 다시 연장했다. 2022년 6월 10일로 사참위의 공식 활동기간이 종료됐다. 사참위의 조사기간은 총 3년 6개월이었다.


세월호참사의 경우 박근혜 정부 시절 1기 세월호참사조사위원회 조사활동이 있었지만, 파행되어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이어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 조사활동이 있었지만,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단일 의견을 모아내지 못했다.


두 차례 조사위원회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침몰 원인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는 세월호참사 피해 유가족들의 염원이 모아져, 다시 사참위를 통해 재조사가 이뤄지게 되었다. 사참위 조사 이전과 달라진 점은 세월호참사만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가습기살균제참사를 함께 조사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2014년 세월호참사가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공분을 샀다. 2016년 검찰 수사로 가습기살균제참사가 재조명되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와 생명 경시에 따른 참사라는 점, 구조 방기 등 여러 점에서 두 참사가 닮았다. 가습기살균제참사는 '안방의 세월호참사'로 불리기도 했다. 두 참사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조사와 재발방지, 피해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사참위법을 만들어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사참위는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구제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결과를 내야 하는 책임이 있다.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반복되는 재난 참사에 대한 바람직한 사고조사기구를 구성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관심도 있었다.


이는 중대재해와 같이 사회적 영향력이 큰 재난에 대해 국가 차원에서 독립적인 조사기구를 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세월호참사와 같이 해양사고에 대해 특수한 분야의 재난에 대해 별도의 조사기구를 두는 방안도 가능하고, 화학사고와 같은 경우에는 미국의 화학사고조사위원회(CSB)와 같은 조사기구를 두는 방안도 가능하다. 국내 여건에 맞게 조사기구를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여러 방안과 입장들이 존재한다.




사참위 활동을 하면서 가진 대략적인 나의 문제의식은 이렇다. 사참위가 구성된 것은 두 참사가 사회적 영향력이 큰 사건이고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중대 재난참사이므로 특별법에 따라 두 참사를 조사하도록 한 것이다. 물론 이 기구는 한시적인 조사기구이다.


조사기구 설립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일정규모 이상의 중대재난에 대해 사참위와 같이 매번 조사기구를 설립하기 위한 법을 제정하는 방식보다는 사건 발생 시 상설적으로 조사를 하거나, 아니면 상설은 아니더라도 신속하게 조사할 수 있도록 운영 근거를 마련해 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즉 상설적인 방식이던, 비상설적인 방식이던 일정 규모 이상의 재난 참사에 대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고 사고를 조사할 수 있는 조사기구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다.  


이를 통해 사고의 원인을 제대로 조사하고 사고교훈을 도출함으로써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이러한 사고조사는 법 위반 사항에 대한 사고 조사를 앞세우는 방식과는 조금 다를 수 있다. 즉 사고 원인 조사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솔직한 진술 등을 통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개선대책을 마련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는 사고조사가 처벌목적의 조사를 도외시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화학사고이던 선박사고이던 법 위반에 대한 사고조사는 해당 사항을 규정하고 있는 개별법에 따라 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여 처벌한다. 반면 중대재해와 같은 독립적인 사고조사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 위반 사항을 포함하여, 보다 포괄적인 원인 조사를 통해 사고 교훈을 도출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데 초점을 둔다.


중대 재난참사 조사기구는 독립성, 전문성, 그리고 조사결과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통해 사고 교훈을 도출하고, 그 결과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중대재난 조사기구는 이러한 원칙을 전제로 해서 조사대상이 되는 중대사고의 범위를 어느 선에서 정할지, 상설과 비상설의 운영 방식을 채택할지 등 여러 쟁점이 있다. 국가 중대재난 조사기구 설치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방식이 필요한 이유이다.      


사참위 활동결과가 이러한 중대 재난 조사기구 구성과 관련하여 어떤 시사점이나 참고사항을 제시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운영되었던 사고조사기구의 활동과 사참위의 활동성과를 함께 살펴보면서 의미 있는 결과들을 도출할 수 있다면 바람직할 것이다. 동시에 사고조사기구 운영에 대해 앞선 경험을 가진 국가들의 운영 사례와 사고조사 방법론 등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국내에 맞는 기구를 설립하고 조사 방법론을 갖는 작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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