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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윤활제, 스몰 토크

by 실비아 Feb 21. 2025

나는 스몰 토크 (small-talk)에 강하다.

그렇지만 수다스러운 사람은 아니다.

나는 E가 아닌 I로 차라리 과묵한 축에 속한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매우 차갑고 도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겪어본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과 겪어본 나의 모습은 참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우리 모두는 정말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찾기 힘들고, 또 직장에서 매일 만나는 동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는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빡빡한 매일 매 순간의 삶 속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스몰 토크는 그들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제가 된다.


오늘 아침 hallway에서 만난 J는 두 시간 뒤에 Dean과 함께, 말 안 통하는 그룹의 사람들과 골치 아픈 미팅을 앞두고 있다. How are you?로 시작한 아침 인사는 Are you ready for the meeting? 그리고 말 안 통하는 그룹의 뒷따마로 이어진다. Winter term reading week로 1주일 동안 수업이 없어 학생들도 교수들도 여유 있는 1주일을 보내고 있는 이번 주, 엄마들은 학교 안 가고 집에 있는 아이들과 투닥거리며 1주일을 보내게 된다. How are your kids?라고 묻자 교수이자 사춘기 두 아이들의 엄마인 J는 봇물이 터진다. "우리 아들 때문에 미춰버리겠어. 아침에 시간 안 알려 주면 왜 시간 안 알려줬냐고 화내고, 시간 알려주면 왜 시간 알려주냐고 화내고... 미춰버리겠어. 그나마 우리 딸은 책을 좋아하니 서점에 같이 가서 책만 사주면 조용히 며칠이 가는데"라고 하소연을 한다. 이따 미팅 잘 하라며 "Fingers crossed"라고 웃으며 헤어졌다.


J를 만난 후 내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노려보며 일을 하던 중, 이건 이메일보다 통화가 빠 거란 생각에 수화기를 집어 들고 S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전화로 통화하니 훨씬 수월하게 용건이 끝났다. 나는 S에게 "S, 우리가 서로 얼굴 본 적 있니? 전화통화랑 이메일은 많이 주고받은 것 같은데... 우리 빌딩에서 나처럼 보이는 애가 너 옆을 지나치면 나 S야 라고 알려줘. 나는 S 너처럼 보이는 애가 4층에서 내리면 내가 아는 척할게" S가 나에게 묻는다 "실비아, 너 한국에서 온 거지? (내 영어 악센트 들으 백이면 백, 내가 한국 사람인 줄 안다) 나 BTS 좋아해. 나 LA까지 콘서트까지 보러 갔었어" "진짜, 그럼 너 아미냐" ㅋㅋㅋ

S와 나는 중년 아줌마, 둘이 전화 통화를 하며 웃고 "Have a good day"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조금 전 Dean과의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A가 왔다. 앞선 미팅이 딜레이 되어 Dean은 아직 사무실에 돌아오질 않았다. 내 페루 여행을 매우 부러워했던 young blood A는 나에게 휴가 계획이 있는지 묻는다. "허허허, 나 두밤자면 멕시코 가지롱!~ 너는 휴가 계획 있냐?" A는 가을에 일본을 가고 싶단다. 그래서 대화는 싼 비행기표 alert을 제공해 주는 Chris myden yeg로 이어지고 또 A의 전 직장 (전 직장 사장이 멕시코 휴양지에  timeshare 숙소가 있었단다)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리 Faculty에서 리더로 일하는 Dean D, 점심시간에 런치룸에서 어쩌다 둘이 앉아 각자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매우 비싼 골프채와 적당히 비싼 골프채 사이에서 고민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골프의 G자도 모르는 D에게 내 고민 상담을 했다. D는 한번 사면 10년은 사용하는 골프채가 아니냐며, 이왕 사는 거 좋은 걸로 사야 공도 잘 나가고, 골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으니 매우 비싼 골프채로 사라고 했다. 어제 아침, 출근해서 How are you?라고 묻는 D에게 "나 골프채, 매우 비싼 걸로 주문했다. 네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라고 하자, D는 나보다 더 흥분해서 "잘했어 잘했어. 한번 살 때 비싼 거 사야, 공 잘 안 맞아도 골프채 탓을 안 할 거야. 잘했어 잘했어"라고 한다. 오늘 점심시간에도 미팅이 있는 D에게 "너 오늘 30분밖에 점심 여유 없는데 내가 뭐 좀 사다 줄까?"라고 물으니 "응, 오늘 바쁠 것 같아 샌드위치 간단하게 싸왔어. 고마워"라도 대답한다.


나는 스몰 토크에 강하다. 그리고 스몰 토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윤활제가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수다스럽지는 않다.     


글을 몇 번 리뷰하다 보니....

내가 꼰-대-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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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식당 서버 3개월 투잡을 뛸 당시, 나의 스몰 토크는 빛을 발했다.

나는 다른 젊은 서버들처럼 빠릿빠릿하지도 않고 캐셔기계도 잘 못 만졌지만, 나는 누구보다 팁을 많이 받았던 웨이트리스였다.


https://brunch.co.kr/@canadasylvia/35  - 중년 아줌마의 식당 웨이트리스 도전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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