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스몰 토크 (small-talk)에 강하다.
그렇지만 수다스러운 사람은 아니다.
나는 E가 아닌 I로 차라리 과묵한 축에 속한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매우 차갑고 도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겪어본 사람들은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과 겪어본 나의 모습은 참 다르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왔다.
우리 모두는 정말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여유를 찾기 힘들고, 또 직장에서 매일 만나는 동료들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기는 더더욱 힘들다. 하지만 빡빡한 매일 매 순간의 삶 속에서 동료들과 나누는 스몰 토크는 그들과의 관계를 부드럽게 하는 윤활제가 된다.
오늘 아침 hallway에서 만난 J는 두 시간 뒤에 Dean과 함께, 말 안 통하는 그룹의 사람들과 골치 아픈 미팅을 앞두고 있다. How are you?로 시작한 아침 인사는 Are you ready for the meeting? 그리고 말 안 통하는 그룹의 뒷따마로 이어진다. Winter term reading week로 1주일 동안 수업이 없어 학생들도 교수들도 여유 있는 1주일을 보내고 있는 이번 주, 엄마들은 학교 안 가고 집에 있는 아이들과 투닥거리며 1주일을 보내게 된다. How are your kids?라고 묻자 교수이자 사춘기 두 아이들의 엄마인 J는 봇물이 터진다. "우리 아들 때문에 미춰버리겠어. 아침에 시간 안 알려 주면 왜 시간 안 알려줬냐고 화내고, 시간 알려주면 왜 시간 알려주냐고 화내고... 미춰버리겠어. 그나마 우리 딸은 책을 좋아하니 서점에 같이 가서 책만 사주면 조용히 며칠이 가는데"라고 하소연을 한다. 이따 미팅 잘 하라며 "Fingers crossed"라고 웃으며 헤어졌다.
J를 만난 후 내 자리로 돌아와 컴퓨터를 노려보며 일을 하던 중, 이건 이메일보다 통화가 빠를 거란 생각에 수화기를 집어 들고 S에게 전화를 걸었다. 역시 전화로 통화하니 훨씬 수월하게 용건이 끝났다. 나는 S에게 "S, 우리가 서로 얼굴 본 적 있니? 전화통화랑 이메일은 많이 주고받은 것 같은데... 우리 빌딩에서 나처럼 보이는 애가 너 옆을 지나치면 나 S야 라고 알려줘. 나는 S 너처럼 보이는 애가 4층에서 내리면 내가 아는 척할게" S가 나에게 묻는다 "실비아, 너 한국에서 온 거지? (내 영어 악센트 들으면 백이면 백, 내가 한국 사람인 줄 안다) 나 BTS 좋아해. 나 LA까지 콘서트까지 보러 갔었어" "진짜, 그럼 너 아미냐" ㅋㅋㅋ
S와 나는 중년 아줌마, 둘이 전화 통화를 하며 웃고 "Have a good day"로 통화를 마무리했다.
조금 전 Dean과의 미팅에 참석하기 위해 A가 왔다. 앞선 미팅이 딜레이 되어 Dean은 아직 사무실에 돌아오질 않았다. 내 페루 여행을 매우 부러워했던 young blood A는 나에게 휴가 계획이 있는지 묻는다. "허허허, 나 두밤자면 멕시코 가지롱!~ 너는 휴가 계획 있냐?" A는 가을에 일본을 가고 싶단다. 그래서 대화는 싼 비행기표 alert을 제공해 주는 Chris myden yeg로 이어지고 또 A의 전 직장 (전 직장 사장이 멕시코 휴양지에 timeshare 숙소가 있었단다) 이야기로 이어졌다.
우리 Faculty에서 리더로 일하는 Dean D, 점심시간에 런치룸에서 어쩌다 둘이 앉아 각자 도시락을 먹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매우 비싼 골프채와 적당히 비싼 골프채 사이에서 고민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골프의 G자도 모르는 D에게 내 고민 상담을 했다. D는 한번 사면 10년은 사용하는 골프채가 아니냐며, 이왕 사는 거 좋은 걸로 사야 공도 잘 나가고, 골프 할 때마다 기분이 좋으니 매우 비싼 골프채로 사라고 했다. 어제 아침, 출근해서 How are you?라고 묻는 D에게 "나 골프채, 매우 비싼 걸로 주문했다. 네가 그렇게 하라고 해서..."라고 하자, D는 나보다 더 흥분해서 "잘했어 잘했어. 한번 살 때 비싼 거 사야, 공 잘 안 맞아도 골프채 탓을 안 할 거야. 잘했어 잘했어"라고 한다. 오늘 점심시간에도 미팅이 있는 D에게 "너 오늘 30분밖에 점심 여유 없는데 내가 뭐 좀 사다 줄까?"라고 물으니 "응, 오늘 바쁠 것 같아 샌드위치 간단하게 싸왔어. 고마워"라도 대답한다.
나는 스몰 토크에 강하다. 그리고 스몰 토크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윤활제가 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수다스럽지는 않다.
글을 몇 번 리뷰하다 보니....
내가 꼰-대-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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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식당 서버 3개월 투잡을 뛸 당시, 나의 스몰 토크는 빛을 발했다.
나는 다른 젊은 서버들처럼 빠릿빠릿하지도 않고 캐셔기계도 잘 못 만졌지만, 나는 누구보다 팁을 많이 받았던 웨이트리스였다.
https://brunch.co.kr/@canadasylvia/35 - 중년 아줌마의 식당 웨이트리스 도전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