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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Feb 25. 2024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이번 한 주간은 reading week였다. Family day가 있는 2월의 한 주간, 수업이 없는 짧은 브레이크를 대학생들에게 준다. 1월 초에 시작한 겨울 학기 mid-term exams이 한인 학생들에게 짧은 휴식을 줌으로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이 취지이다. Reading week 기간에는 학교를 향하는 LRT도 학교도 비어서 고요하다. 내 하루의 스타터인 팀홀튼 커피에도 라인업이 없다. 평소 같으면 8시 수업을 향하는 학생들로 가득 찬 chemistry building 복도가 너무 조용하다. 한 손 뜨끈한 맛난 커피를 또 한 손 핸드폰을 들고 조용한 hallway를 찍어봤다. 고요한 학교, 이 여유로움이 참 기분 좋다.   


담주 월요일이면 줄을 서서 걸어야 할 만큼 다시 학생들로 채워질 공간이다.


오늘 낮잠 자다 내일 날씨를 확인하니 반가운 빨간 snow warning이 떴다. 눈이 귀한 올 겨울, 아직 크로스 컨츄리 스키를 개시도 못하고 있는 나에게 반가운 눈소식이다. 내일 새벽 시작되는 눈은 내일 밤에 더 많은 눈을 쏟아부을 것 같다. 온도도 함께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래도 다음 주말에는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스키를 탈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기분 좋다.  


반가운 빨간 줄이다. 월요일아침 출근길이 쉽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좋다.

 

온도까지 떨어져서 눈이 금방 녹진 않을 것 같아 다음 주말 스키트랙 상태가 좋을 것 같다.


눈... 겨울... 추위... 지겹다고 생각하면 겨울이 긴 이곳에서는 답이 없다. 그냥 즐겨야 한다. 눈도 겨울도 추위도


첼로 4개월 차 초보 첼리스트인 나는 여전히 첼로에 진심이다.

선생님께서 붙여 주신 테이프들 중 1번 손가락 핑거링 테이프가 떨어졌다. 어디를 짚어야 하는지 알지만 가이딩 테이프가 없다는 건 초보인 나에게 불안하다. 페인팅할 때 쓰는 초록 테이프를 오려 보수를 했더니 마음이 너무 안정된다. 가을에 우리들은 두 번째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 첼로 4중주로 연주할 "본향을 향하네"에서 나는 알토를 맡았고 테너 파트를 연주할 선생님과 오늘 레슨 마지막에 맞추어 보았다. 거실에서 우리의 연주를 듣고 계셨던 선생님 남편분께서 내가 레슨을 마치고 올라오자 박수를 쳐 주셨다. 우리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셨다고 한다. 기분 조오타~

  

3번 줄도 조만간 보수가 필요할 것 같다.


지난 12월, 목사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아들은 빨간 학교 티셔츠를 사 왔었다. 그리고 고민이 있다며 나에게 와서 본인이 이것을 입고 싶다며 목사님 선물을 드릴까 말까 고민 중이라 했다. 고민 끝에 빨간 티셔츠는 원래 드리려고 했던 목사님께 크리스마스 선물로 갔다. 목사님은 바로 이것을 입으실 만큼 아주 좋아하셨다고 한다. 목사님은 나에게도 문자를 보내셔서 너무 기분 좋아하셨다.

목요일 점심시간 뛰러 갔다. 하지만 캠퍼스 내 실내 체육관인 butterdome이 문을 닫았다. 주말에 있을 western canada track & field championship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한가한 교정, 아들 생각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bookstore에 들렀다. 혹시 그때 아들이 탐내하던 그 셔츠가 있을까? 이게 웬일! 클리어런스 섹션에 아들 사이즈가 한 장 딱 걸려있었다. 나는 쇼핑 디톡스 중이라 내 옷은 사지 않지만 아들 것은 예외다. 바로 집어 들었다. 퇴근 후, 아들에게 서프라이즈로 가져다 주니 다음 날 친구를 만나러 가는데 2월 말에 크리스마스 티셔츠를 입고 나간다. 득템~ 나도 기분 좋고 아들도 기분 좋다.      

내 눈엔 촌스럽지만 아들은 이 티셔츠가 맘에 드나 보다.


이게 모두 이번주에 있었던 일들이다.

그리고 또또...

지하에 설치된 줄은 알았지만 지난 5년간 한 번도 사용해 본 적 없는 스팀사우나를 남편이 개시했다. 아주 좋다며 오늘은 나에게 꼭 써보라고 한다. 우와, 신세계다. 후끈한 스팀 사우나를 집에서 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분 좋았다.

동료가 맛보라며 준 코스코 파운드케이크를 오늘 아침 코스코에서 발견해서 기분 좋았다. 요 파운드케이크의 맛을 아는 사람만 살 수 있는 아주 후미진 동선에 위치하고 있었다.  

남편이 해준 돼지 등갈비 김치찜, 주말 오후 셋이 앉아 밥 두 그릇씩 뚝딱하며 또 기분 좋았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에 집중을 하면 인생은 결핍이지만, 가진 것에 집중을 하면 인생은 감사함이고 행복입니다.  


[혜민스님 -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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