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각과 성찰의 감성 테마시
달팽이의 노래
보잘것없고 작은 달팽이는,
세상에 치어 고단하고 무력한 내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 넓고 거칠은 바다로 갈 거라고,
원대하고 광활한 꿈을 달팽이는 꾸고 있었다.
아마도 달팽이는 고생대 시절
바다에 사는 생명체의 후손이었을지 모른다.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된 유전 정보를 따라
본향을 향해 달팽이는
바다로 가려고 한다.
오염된 도시를 건너
들녘을 그리고 산을 넘어서
목적 있는 열망을 가지고
생애를 바치고 있었다.
그 간절한 열망에는
애절함과 웅장함이 있다.
꿈을 향하여 온몸을 비비적거리며
낯선 도로를
들녘을
산등성이를
기어오르는 달팽이의 몸짓
작은 몸 하나
젖은 길 위에 남겨 두고
달팽이는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달팽이에게 물었다
“그곳엔 무엇이 있을 것 같냐?”고
달팽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다만 바람이 불고 파도가 부르기 때문에
껍질 속의 고요한 별빛 하나
그것을 품고
달팽이는 먼 길을 기어간다.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엔
이슬 몇 방울, 흙냄새 한 줌
그리고 사라져도 남는
아주 미약한 흔적 하나
언젠가 바다에 닿으면
고단했던 모든 행보가
파도에 씻겨질 것이다.
나 역시 젊은 날과 중년을 관통하여
많은 것들을 바쳤지만
산산이 흩어진 것들이 많다.
그리고 사라져 버린 것도
무의미해진 것들도,
알 수 없는 삶의 혼돈 속에서도
남아 있는 작은 힘을 끌어내
더 넓고 거칠은 세상 끝
바다로 가야 한다.
그 바다 끝에서
내가 만나게 될 진실은
아직 알 수 없다.
그래도 나는 오늘도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달팽이 걸음으로 가고 있다.
패닉의 ‘달팽이’ 노래 감상 후
배경 이야기
40대 나의 중년은 아주 치열했다.
집에서는, 고등학교 교사이면서도 대학 강단에 설 꿈을 가지고서
밤낮을 밝히며 연구에 몰두하던 남편의 뒷바라지와
가사와 자녀 교육을 전담했고,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보충수업과 야간자율학습 지도,
교회에서는 고등부 교사를 하면서 청소년 복음 사역에 헌신하는 열정을 가지고 살았다.
그리고 한 친구의 오래된 아픔을 껴안으며 날마다 그 친구에게 메일을 보내며 물심양면 위로하는 삶을 살았다.
난 ‘번 아웃’ 증상을 숱하게 겪으면서도 은혜로 극복하며 살고 있었다.
그 무렵 아이들과 노래방에 가게 되었다.
딸이 패닉의 ‘달팽이’ 노래를 불렀는데
가사와 멜로디가 내 심장 깊숙이에 스며들어 왔다.
당시 나는 너무 힘들다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었는지 모른다.
‘달팽이’는 나에게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주면서 나를 위로했고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주었다.
그 노래는 어쩌다 한 번씩 노래방에 가게 되면 딸과 중창으로 목청껏 부르는 애창곡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