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지층이 흔들리던 날

상실. 회복 감성의 테마시

by 정하

기억의 지층이 흔들리던 날


세월이 시나브로 퇴적한

기억의 지층 더 깊은 곳에는

그리운 사람이,

그리운 목소리가,

그리운 풍경이

아직 떠나지 못한 채

시간의 틈에서

서성거리고 있다.


그러다

마음의 지각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날이면

그들은 예고 없이

불쑥,

지표 위로 솟아오른다.


겨울 햇살이

무기력한 내 창가에 머물다가

기어코 들어온 날이었다.


집안 곳곳은

안개 서린 기억의 골짜기에서 건너온

정체 묘연한 입자들이 스멀거리고 있었을 때다.


햇살은 몸을 밀고 들어와

습한 기억의 입자들을

고슬고슬 말렸다.


그러면서

나를 흔들었다.


저 멀리에서

기억 지층이 균열되면서

그 사이로

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있냐.”고

나도 잘 있으니

걱정마라고…


울컥, 가슴에 밀물이 밀려왔다.


너와 마지막인 그날도

유리창 너머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다.


그날의 기억

너의 목소리는

나의 한 생을 지탱해 주는

우주의 중력이었다.


배경 이야기


‘너’는

내 인생의 아주 소중한 것들,

세월의 흐름 속에 잃어버린 것들,

빛났던 것들,

붙들고 싶은 것들,

모든 가치의 총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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