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세 가지 이름

자각. 성찰의 감성 테마시

by 정하

사랑의 세 가지 이름


스무 살,

심리학 개론 시간에

백발이 성성한 노교수는

플라톤의 향연을 펼쳐 보였다.


그날 나는,

인간은 본래

하나의 몸이었으나

신의 분노로 둘로 갈라졌고,

그 이후 평생

잃어버린 반쪽을 찾아

방황하는 존재가 되었다는 신화를 들었고


에로스, 필리아, 아가페라는

사랑의 세 이름을 만났다.


나는 신화의 진실을 믿었다.

나의 반쪽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나를 찾으러 오기 위해

달려올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또 믿었다.

육체의 끌림이

상승 에너지를 타고

더 높은 세계를 향하게 하는

에로스의 힘을.


또 다짐했다.

서로의 어깨를 맞대고

같은 방향으로 걷게 하는

필리아의 힘을.

친구들과

손을 굳게 잡았다.


그리고 꿈꾸었다.

한 줄기 물이 되어

메마른 대지를 적시는

아가페의 사랑으로

꽃을 피우는 삶을

살고 싶다고.


우리는

본향의 그리움을 품고

끝없이 헤맸다.

잃어버린 반쪽을 만나기 위해,

영혼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그리고 한 줄기 물이 되기 위해,


근원적인 그리움은

어디에도 완전히 닿지 않는

아스라한 갈망이었다.


그 갈망 위에 싹트는

존재에 대한 사랑


그 사랑은

결국은 내게로 흐르는

깊은 강이었다는 것을


긴 세월이 흘러

겨우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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