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상실의 시간 감성 테마시

by 정하

그날 이후

-그날 이후 연작시 1편-


그날 이후였다.


귓속이 멍해지며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눈은 뜨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공기는 흐르고 있는데도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거리를 나가봤다.

수많은 사람들이

얼굴에는 가면을 쓴 듯

미소도 찡그림도 없이

표정이 사라진 얼굴로

떠다니고 있었다.


하늘에는

무거운 구름이 흐르다

멈춰 있었고


공기는 우중충

비라도 내릴 듯한

날씨였다.


핸드폰을 꺼내

액정을 열었더니

뉴스도 뜨지 않고

내 친구 목록도 사라졌다.


모든 것이 휘발된

진공 캡슐에 갇혀

어디로 갈까

망설일 때


세상은 더 이상

내가 알고 있던 곳이 아닌

온통 의문투성이의

낯선 곳이었다.


숨을 쉬기가 힘들어

나는 그대로 멈췄다.

흔들리는 몸을 지탱하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모든 게

멈쳤고

아득해졌다.


하늘이

온통 먹빛으로

캄캄해졌다.



배경 이야기


예술의 전당에서 무안 항공 참사 1주년을 맞이하여

‘179명 을 기억하며’ 특별기획 공연이 있었습니다.

1년 전 그 놀랍고 경악스러웠던 아픔이 고스란히 되살아났습니다.

다시 애도의 마음을 드리며

그날 이후 모든 것이 무너진 듯 절망의 나날을 보냈을 유족들 마음을 잠시 헤아려 보았습니다.

그 상실 앞에서, 말 대신 시로 잠시 서 보았습니다.







이전 02화  일생에 단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