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없는 책들

상실의 시간 감성 테마시

by 정하

제목 없는 책들

-그날 이후 연작시 2편‘


그날 이후

밖으로 나가는

다리가 끊어졌다.


집으로 돌아와

물 한 모금 마시고

서재로 갔다.


수많은 책들이 꽂힌 서가에는

제목 없는 책들만

즐비했다.


한 권을 꺼내

열어보았더니

활자들이 분해되어

공중으로 흩어졌다.


그중

한 권만

흩어지지 않고 남아

책장을 넘기자

활자들이

와글와글

제멋대로 움직이며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나는

세상이

휘청거리다가

어느 한쪽이 무너지는 소리를

거기에서 들었다.


하늘은 여전히

무겁게 가라앉아 있고

벽시계도 멈쳐 있었는데


그 순간,

창밖에서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는

가벼운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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