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그리움 .침묵의 언어
태양빛에 그을린
가을이
내려앉은 숲에
스산한 바람은
골 따라 흐른다
적막한 이들은 깃을 치며
숲으로 들어오고
헐벗은 우리는
수다를 그리워하다가
침묵의 그물에 걸렸다
숱한 언어의 혼미 속에서
우리는 근원적인 고독을 배우며
홀로 컸고
홀로 사위어 가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것은 쉽지만
삶을
이야기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슬펐다
전설이 되지 못한
우리의 이야기는
어떤 의미도 함부로 부여할 수 없는
금기의 언어가 되었고
우리는
적막한 가을 속에
침묵으로 봉인된
화석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