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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Nov 08. 2024

34화. 진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2

오랜만에 글을 써 내려가려 노트북 앞에 앉았다. 사실 그동안 참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많은 경험을 했고, 또 그만큼 많은 배움의 시간이 있었다. 잠시 글쓰기를 내려놓고 내 본업에 집중했다. 그러면서 잠시나마 내가 앞으로 써 내려갈 글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그 고민의 끝은 결국, '사람'이었다. 물론, 마케팅과 트렌드에 대해서도 쓸 이야기가 많았지만 잠시 쉬고 싶었다. 그 사이에 흑백요리사라는 거대한 트렌드가 지나갔고(곧 관련해서 트렌드 글을 쓸 예정이다), 어느새 오징어 게임 2의 티저가 공개되었고 문화의 아이콘 GD는 새 앨범을 냈다. 그리고 어느새 우리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송년회 시즌을 앞두고 있다. 그런 와중에 나의 뉴런을 자극하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자 질문을 받았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되게 간단한 질문이고, 누구든 할 수 있는 질문이지만 굉장한 영감을 받았다. 파란만장한 20대를 넘어 30대의 변곡점인 딱 중간을 지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정말로 중요한 질문이었다. 우리는 지금 '어른'이라는 말을 다양하게 해석하며 사용하고 있다. 어떤 의미로는 '꼰대'가, 또 어떤 의미로는 '스승'이, 그리고 어떤 의미로는 '부모'로 읽힐 수 있는 너무도 매력적인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그 진정한 '어른'이란 어떤 의미일지 글로 써 내려가려 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30대가 된다는 것


나의 20대 후반은 임용고시로 가득 찼었다. 그 흔한 연애도, 여행도 없었다. 오직 임용고시였다. 그 종착지는 아쉽게도 최종 합격이 아니었으나, 나의 젊은 날을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나름 치열하게 살았다는 점에서 매우 뿌듯한 시간이었다. 나의 30대 첫날이 임용고시 최종 관문에서 낙방했던 그 순간은 아직도 잊히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다.


20대 후반에 누구든 한 번쯤은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20대 버킷리스트이다. 한 때 버킷리스트가 굉장히 유행했었다. 내가 30대가 되기 전에 꼭 하고 싶었던 것들은 한 바구니에 담아 이뤄나가는 개인의 목표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의 30대 관문은 매우 달라졌다. 10년 20년 전의 30대와 지금의 30대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그 이유는 역시 N포 세대인 우리에게 '버킷리스트' 따위를 이룰 여유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 치열한 경쟁의 시장에서 우리에게 20대의 여유는 굉장히 옛말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너무도 당연하던 연애와 결혼, 취업과 이직, 승진과 성공이 이제는 하나의 목표가 되어버렸고 그 당연한 것들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열심을 다해서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치열한 장기 레이스에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무언가 하나씩은 자신의 인생 버킷에서 내려놓게 되는 것이다. 인생의 행복과 YOLO를 위해 채우던 버킷과 2024년의 30대에게 버킷은 다른 의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이제 30대가 된다는 것은, 무언가를 끊임없이 지켜나가며 무언가를 조금씩은 내려놓게 되는 시작점을 의미한다. 각자의 인생에서 절대 이것만은 포기할 수 없다는 그 조각들은 그 사람의 인생이 될 것이며,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 또한 그 사람만의 인생 퍼즐이 될 것이다. 정답은 없고 옳고 그름의 문제도 아니다. 다만, 30대가 되며 진짜 '나'를 만들어나가야 되는 것은 정답이다. 20대에 해볼 수 있는 것을 다 해봤다면, 이제 30대는 그 경험을 토대로 비워나가며 지켜나가는 시작인 것이다. 




진짜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


앞서 이야기했듯, 어른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며 만났던 수많은 진짜 '어른'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겸손'이다. 이 겸손이라는 키워드의 의미는 간단하다.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 그리고 한 단계 더 깊숙이 들어가서 하나 더 추가하자면 '남에게 끊임없이 배우는 사람'이다.


내가 나의 글에서 많이 언급한 CMO님과 오늘도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그분은 여전했다. 50세를 바라보시는 그 시점에도 나에게 끊임없는 질문과 공감의 끄덕임, 그리고 배움의 감탄사를 연발했다. 수많은 대기업과 굴지의 스타트업을 이끌어 오신 분이 한 낱 주니어 레벨에게도 배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삶의 태도'에 대한 문제이다. CMO님과 마찬가지로 내가 겪은 수많은 진짜 '어른'은 늘 그래왔다. 그렇기에 나 또한 중학교 교사를 하던 시절 나의 중학교 1학년 담임 학생들에게도 수도 없이 배웠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들에게 항상 "선생님이 너희에게 배웠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나는 너희에게 내 삶의 지식과 교과 지식, 그리고 사회에 대한 적응을 가르치겠지만, 선생님도 이번 1년 동안 너희에게 배울 것이다"라고 매년 담임 첫 시간에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멀었다. 이 치열한 시장에서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그들은 나의 스승이 된다. 배울 점이 없는 사람은 없다. 왜냐고? 그 사람이 정말 엉망진창의 개차반이더라도, 그 단점을 빨리 캐치하여 '나는 누구에게 저런 모습인적이 없을까?'라고 자문하는 나로서,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다는 것이다.



참으로 아니러니 하게도


끊임없는 배움은 입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사람의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다. 진짜 '어른'은, 진짜 '리더'는, 진짜 '스승'은 말로 하지 않는다. 행동으로 보여준다. 나 또한 어느 순간 말로만 잘살고 있는 척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나 이런 사람이고, 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이야"라고 말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렇게 초라해 보일 수 없었다. 왜냐하면, 내가 만났던 진짜들은 절대 말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짜 어른은 세월이 자연스레 만들어주면서 알아서 '되는 것'이 아니다.

진짜 어른은 자신이 '만들어 가는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 어른은 진짜 어린이처럼 끊임없이 탐구하고 배운다.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고, 쉬지 않고 남의 장점을 흡수하고 남의 단점을 자신의 강점으로 채워간다.




그렇기에 나는 오늘도 나에게 버릇처럼 새겨 넣는다.

'나는 아직 멀었다' 


우리는 사람이기에 오만방자하고 사람이기에 게으르다.


하지만, 우리는 어른이 되어가기에 겸손하고 어른이 되고 싶기에 오늘도 배운다.

당신의 20대가, 당신의 오늘이 부디 여느 날과 같은 쳇바퀴 같은 오늘이 아니었길 바란다.

오늘을 그렇게 보냈다면, 그래도 괜찮다. 


우리에게는 또 24시간이 주어졌고, 또 일주일이, 또 1년이 오고 있다.

30대를 맞이하는 당신도, 30대의 변곡점을 지나는 나도, 또 다른 40대에 접어든 당신에게도 

똑같은 내일과 똑같은 배움이 있을 것이기에 우리는 평생 진짜 '어른'을 위해 진짜 '아이'로 살아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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